요시가쓰는 꽤나 뇌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듯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상자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러자 요시카와는 부하들을 뒤로 물러서있게 하고서 자기가 직접
선물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앞쪽에 나란히 놓인 세개 중의 하나였다.

"윽!"
요시가쓰는 깜짝 놀라며 얼른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선물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음."
무의식중에 놀라기는 했으나,무장답게 요시가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시카와는 큰 상자 나머지 두개의 뚜껑을 마저 열었다. 물론 그속에도
사람의 머리가 한개씩 들어있었다.

그 세개의 머리에 대하여 요시카와는 차례차례 한개씩 손으로 가리키며
요시가쓰에게 설명했다.

"이것은 마스다우에몬노스케고,이것은 구니시시나놉니다. 그리고
이것은 후쿠하라에치고지요. 이 세사람의 가로에게 전란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서 셋푸쿠형을 집행했지요" "흠,그랬구먼" "그리고 이
네개의 상자 속에는 네 사람의 참모들의 머리가 들어있습니다. 그들도
함께 처형되었지요"
그러면서 요시카와는 그 네개의 상자도 뚜껑을 열어보이려고 했다.
그러자 요시가쓰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됐소. 그만두오" 하고 만류했다.

제자리에 돌아가 앉은 요시가쓰는 무장답게 호기를 부리듯 말했다.
"선물 치고는 거창하오. 알았소. 물러가서 하회를 기다리구려"
이렇게 되어 요시가쓰는 조슈번의 항복을 받아들이기로 하고서 세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복죄서를 번주가 자필로 다시 써서 제출할
것,둘째는 지금도 조슈번내에 있는,정변때 조정에서 쫓겨난 중신들을
모조리 추방할것,그리고 셋째는 야마구치성(산구성)을 폐쇄할것 등이었다.

조슈번에서는 그 세가지 조건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것을 확인한 다음
요시가쓰는 정벌을 중지하고 되돌아갔다.

막료 중에는 철병을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철병을 하려면 에도의
쇼군한테나 교토에 와있는 쇼군보좌인 요시노부에게 허락을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시가쓰는, "조슈 정벌에 관한 모든 권한은
나에게 위임되어 있으니,내 명령을 따르라" 하고 철병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