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금융기관을 이용한 편법 해외송금사례가 늘고
있다.
일선 금융기관 종사자들에 따르면 현행 외환관리법상 해외송금이 가능
한 `개인송금제도''를 악용하거나 해외이민자들이 발급받는 `해외거주 환
전용지''를 빼돌려 해외로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외국에 있는 친척 친지의 경조비나 생활보조비 명목으로 송금이 가능
한 `개인송금제도''는 1회 송금한도가 3천달러(2백40만원) 1년에 1만달러
(8백만원) 미만으로 제한돼 있으나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외국에서 돈을 받을 사람이 친척인지 여부는 송금자가 신청서
에 기재한 것 이상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일부 돈많은 사람
들은 이 점을 악용해 주변사람들을 동원,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것.
주부 양모씨(43.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좋은 부업 거리를 소개해 주
겠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다른 3명과 함께 은행지점 세군데를 돌며 1인
당 9천달러씩 송금했다"며 "그 대가로 5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강남지점 외환계의 한 직원은 "하루 10여건의 해외송금 중 이
같은 주변사람 동원 사례가 2,3건은 된다"며 "잘아는 고객 중에는 이같은
방법으로 3억원을 보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모 은행 외환계 직원 이모씨(28)는 "현행 외환관리법은 돈을
받을 사람의 한도액을 1회 3천달러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최대 한도
액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받을 사람만 정해져 있으면 얼마든
지 돈을 보낼 수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민가는 사람들의 해외이주비 송금을 위한 `해외환전용지''가 브로
커들에 의해 빼돌려져 `검은돈 유출''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사관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이민 예정자들을 상대로 이 용지를 사들인
다는 브로커 K시(33)는 "화물비용이나 비행기삯을 대신 지불해 주는 조건
으로 환전용지를 입수해 이를 전주들에게 되판다"고 폭로했다.
해외이주환전용지는 발급된 후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송금한도액은
세대주 10만달러, 세대원은 1인당 5만달러까지 송금할수 있다.
송금한도액에 이를 때까지 여러차례 환전용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발급된 환전용지는 다른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