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존 그리셤이 쓴 베스트셀러 ''The Firm''은 미국
법률회사의 신참변호사와 마피아간의 암투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얼마전 국내에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법률회사를 도둑으로 묘사
하고있다. 소설에 따르면 기업소송사건을 의뢰받은 법률회사는 비용청구
내용을 조작하거나 비용을 과다책정, 어떻게든 기업으로부터 단 한푼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고 애쓰는 집단일뿐이다.

요즘 미기업들은 이같은 법률회사들에 맞서 법률비용을 줄이기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이 법률회사들의 비용청구서내용이 합당한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가장 흔한 비용축소 노력이다. 전문분야별로 기업변호사를 정식직원
으로 채용, 외부위탁수임료를 절약하는 기업들도 있다.

아니면 각 사건들마다 다른 법률회사들에 소송처리를 맡기던 기존방식을
버리고 한 법률회사에 모든 사건을 일임하기도 한다. 소송을 위임할때
아예 처음부터 항목별 비용상한선을 포함한 소송처리 가이드라인을
법률회사에 제시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밖에 회계법인을 고용해 법률회사의 비용청구내용이 합당한지를
조사하는 기업마저 있을 정도다.

미기업들은 전에는 법률회사의 비용청구서가 올바르게 작성됐는지를
검토하는것과 같은 법률비용절감정책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불황이 몇년간 지속되고 기업소송사건도 빈발해지면서
법률비용이 급증하자 전사적인 비용절감차원에서 적극적인 법률비용축소에
나서게 된것이다. 법률비용이 기업운영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것도 법률비용감축에 돌입하게된 이유중 하나이다.

미기업들의 법률비용은 지난91년에 9백10억달러에 달했다. 7년전인
84년에 비해 꼭 2배로 늘어났다. 전체적인 통계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미보험업계의 법률비용만도 3백50억달러에 이를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역시 7년전인 86년(1백60억달러)의 2배가 넘는 액수이다.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법률비용이 기업경영에 얼마나 부담을 주고
있는지는 보스턴에 있는 리버티뮤추얼보험회사를 보면 금방 알수있다.
올해 이회사의 법률비용은 4억달러에 달할 전망인데 이금액은 회사의
총경비중 인건비에 이어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비용이 급증하니 경영수지가 악화되고있는 기업들로서는
조금이라도 법률비용을 줄이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회사자체적으로 법률회사의 비용청구서가 합당한지를
조사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GM은 법률비용에 대한 나름대로의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자료를
작성,법률회사가 비용을 청구해올때 이 자료를 토대로 법률회사에 이의를
제기해 비용을 깎았다. 이를통해 GM은 최근들어서만도 4천만달러의 경비를
줄일수 있었다.

모토로라는 외부법률회사들과 소송비용을 놓고 입씨름하기도 귀찮고
경비도 줄일겸 아예 기업변호사를 직원으로 채용,모든 소송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계획으로 있다. 모토로라는 외부법률회사들에 위탁하는
경우와 직원으로 채용한 기업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처리할때 드는 경비를
내부적으로 산출해보았다. 그결과 위탁의경우 시간당 소요되는 비용이
2백달러인데 반해 자체처리때에는 절반수준인 1백18달러에 불과했다.

아메리카알루미늄사는 1백50개에 이르던 소송위임법률회사수를 단
한회사로 줄였다. 뉴욕의 LLL&M법률회사와 연간 7백만달러에 자기회사의
모든 법률분쟁을 맡아 주기로 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수있을 것으로
아메리카알루미늄사는 전망하고 있다.

세계최대 제약업체인 머크사를 비롯해 시티은행 월트디즈니등은 자체적인
법률비용청구양식을 마련했다. 이양식에는 법률회사가 사건을 처리할때
해야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시간당 소송수임료상한선같은 가이드라인을
계약체결시 법률회사에 통보해주고 있다.

유통업체들인 마텔과 럭키스토어등은 회계회사를 고용,법률회사가 청구한
비용이 과다책정되거나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면서 부당한 비용을
청구하고 있지 않은지를 검사하고 있다. 보통 이렇게 조사해보면 비용이
최고 30%가량 과다책정되고 있음을 발견, 법률비용을 깎은 돈에서
회계회사에 수수료를 주고도 돈이 남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법률비용절감노력에 대해 법률회사관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좀더 정직하게 법률비용을 청구해 사기꾼이나
진배없다 는 세간의 비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반성론이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