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관련 첫금융분쟁조정신청이 은행감독원에 접수됐다. 가명의
예금주가 은행에서 실명전환을 안해준다며 분쟁조정신청을 했는데
실제로는 "겉으로 드러난 가명예금주와 예금의 진짜주인이라는 사람이
서로 자기돈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이어서 관심을 끈다. 은행에 찾아가서
예금한 사람과 진짜소유주가 벌이는 진골싸움이 형식적으로는
가명예금주와 은행간의 금융분쟁으로 표출된 것이다.

문제의 사건이 터진것은 지난 8월24일. 한일은행을지로 지점에
3천만원을 가명으로 예금한 한창섭씨(여)가 이날 찾아와 일단 실명전환을
했다. 한씨는 예금을 했던 작년 11월24일 당시 가명계좌예금을
개설하면서 입금통장과 통장에 찍힌 인감과 똑같은 도장을 찍은
예금청구서및 해지청구서를 받아 보관해왔고 인감만 은행에 맡겼었다.
한씨는 이날 오전 한일카네이션 종합통장으로 실명전환했으나 그날
오후 은행측에서 실명전환을 취소,인출을 못하게 만들었다. 은행측은
실명전환한 통장에 당초의 인감이 날인되지않아 실명전환을 취소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취소사유는 다르다.

바로 문제의 한씨가 정보사땅 사기사건의 범인으로 안양구치소에
수감중인 김인수씨와 잘아는 사이이고 3천만원 역시 김인수씨 돈일
가능성이 커 선뜻 한씨이름으로 실명전환,돈을 내주기 어렵다고 은행측이
판단한 것이다. 김인수씨는 정보사땅 사기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은행과 거래해왔고 은행측에서는 고객관리차원에서 김인수씨를 가끔
만났으며 그과정에서 김인수씨 부인과 한씨가 친하게 지내는것을
알고있었다. 은행은 한씨가 가명으로 예금한 돈 역시 김인수씨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것이다.

이때문에 은행측에서 한씨이름으로 실명전환해주지 않자 한씨남편이
은행에 찾아와 "왜 돈을 내주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급기야
지난9일 은감원에 분쟁조정신청을 해 사건이 드러났다.

은행은 한씨남편이 거세게 항의하자 안양구치소에 수감중인 김인수씨를
만나 진짜주인을 가리자고 한씨에게 요청했으나 한씨가 이를 거부,
은행측이 직접 김씨를 만나러 갔다. 이자리에서 김씨는 한씨의 주장에
펄쩍뛰며 "그돈은 내돈인만큼 절대로 한씨에게 지급하지말라"고 요청,
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속을 끓이고있다. 배정호한일은행
을지로지점장은 "은행은 주인만 정해지면 언제든지 돈을 내줄 준비가
되어있다"며 "현재로선 서로가 진짜라고 우기고있어 실명전환도 못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감원은 사안이 미묘해 일단 은행측이 알아서 해결토록 했으나
이번사건은가.차명예금주와 그뒤에 있는 진짜예금주가 서로 자기돈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측이 현실화되고있고 또
앞으로도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있다.

예컨대 사채의 전주와 앞에 나서서 중개하는 속칭 얼굴마담간의
분쟁으로 볼수도 있는 한 예라고 할수있다. 양자가 대립할 경우
은행측에서 중재하기는 어렵다. 당사자가 해결하지 않고는 진짜주인을
가리기가 곤란하다. 은행은 오랜 거래선인 경우 그예금의 실제주인을
대충 알수는 있다하더라도 은행스스로 한편의 손을 들어줄수 없다.
이번 사건 역시 당사자가 결론을 내리지 않는한 인출은 불가능하다.

금융계에서는 실명전환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마찰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