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경제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실명제 2차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지난8월말 1차보완조치에 이어 두번째 마련된 이번의 보완조치는
금융실명제실시로 인해 경제흐름에 나타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할수 있다.

지난 21일 김영삼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실명제를 미래지향적으로
운용한다고 밝힌바 있어 이번 조치는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기위한 진통을 거듭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실시이후 실물경제는 터널통과의 가능성마저 점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든게 사실이다.

지금 새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치 사회개혁에 대다수 국민들은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고 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정치.사회개혁이 멈칫거릴수 있을뿐 아니라 경제개혁 그 자체도 어려워
질수밖에 없다.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경제흐름의
왜곡을 바로 잡으려는 보완조치를 평가하고자 한다.

음성자금의 산업자금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명장기 저리채권을
발행하고,비실명자금을 법인명의로 전환하면 자금출처조사를 하지 않으며
실명전환에 따른 자금출처조사범위를 대폭 축소하는등 검은 돈에 퇴로를
마련한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실명제의 근본취지가 크게
후퇴한것이 아니냐 하는 시각도 있을수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이란 명분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정상적으로 흐르게 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세워 놓고
이를 고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것은 정책이 아니다. 비록 일시적으로
명분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그 정책의 목적과 명분을 훌륭히
살려낼수 있는것이다. 그런 뜻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보완조치를
마련한것은 잘한 일이고 경제흐름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수 있다.

따지고 보면 새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변화와 개혁은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다. 과거를 묻지 않을때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가 어려운것도
사실이다. 비록 잘못된것이라 하더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보면 현재의
잘못도 미래에 용서받을수 있을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수 있고
사람들의 행태를 옳은 방향으로 유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다른것과 달리 돈의 과거를 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일수없고 또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돈에 관한한
미래지향적으로,그리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일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은 결코 개혁의 후퇴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실명제보완조치로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볼수는 없다. 과연
기명장기채권이 얼마나 팔릴것이냐는 것도 관심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10년동안 1~3%의 저리로 자금을 묻어두는 것이 현재의 법대로 세금을 물고
실명화하거나 증여를 하는 것보다 크게 유리하지 않다면 보완조치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기명장기채권이 많이 팔리지 않으면 실명전환실적이 미미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수 있고 그런 실적을 거두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른 결과가
된다. 또 채권이 많이 팔리면 주식시장의 침체를 불러일으킬수 있다.

실명제의 명분과 목적은 나무날데 없이 훌륭한 것이고 실명제는 빠른
기간안에 성공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명제의 성공은 바로
동전의 양면처럼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먼저 세율을 대폭 내려야한다. 그래야 기업은 최소한 과거와
같은 수익율을 올리면서 기업활동을 할수 있다. 당장의 세수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무자료거래에 의존하던 기업에 실제대로 과세를 하려고할때
조세저항이 나타날것은 당연하다.

탈세를 옹호하자는게 아니다. 같은 사업을 과거와 같은 규모로 한다고
할때 무자료기타거래를 하면서 납부한 세금과 실제의 거래대로 신고하여
납부한 세금이 거의 동일한 수준이 될수 있도록해놓고 출발해야 한다.
이게 실명제 성공의 출발이다.

또 우리가 걱정해야할 것은 이번의 보완조치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는다는 점이다. 담보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제도금융권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예컨대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자본금을 대폭 늘려 중소기업과 일반서민에게 금융지원을
확대할수 있는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

실명제실시를 계기로 우리는 아무리 훌륭한 목적을 가진 정책이라
하더라도 잘되어야 한다는것과 잘되고 있는것과는 다르다는 점,그리고
정책의 잘못과 이로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의 지적에 대해 개혁을 거역하는
기득권세력 또는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여 올바른 정책선택에 필요한
아까운 시간을 놓친다는 점을 귀중한 교훈으로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