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를 좀 더 쉽게 말하면 돈의 현주소를 등록시키고 꼬리표를
달아놓는 일이라고도 할수있다. 돈에 꼬리표가 있으면 그것이
굴러다니는곳에 흔적이 남게되어 모든 경제활동이 탐색될수 있고,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에 빼놓지 않고 공평하게 세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하경제가 숨어다닐 공간을 좁게만들어 뇌물등 사회비리도 차단할수가
있다.

그러니까 실명제는 돈에 꼬리표를 다는 일이 전부라고도 할수있다.
실명화률에 그성패가 달려있다. 이작업이 정부가 당초 생각했던만큼
쉽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중이다. 가명계좌의 실명화율은
마감일을 20여일 남겨둔 24일 현재 계좌수로는 24%,금액기준으로는
42.9%에 머물러있다. 10월12일 실명화 마감일에는 현금인출사태가
벌어져 은행예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10월 금융대난"설이 나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강도를 낮춘 제2차 실명제 보완대책을 울며겨자먹기로
내놓아 이런 혼란을 진정시키고 아직도 꼬리표를 달지 않은 돈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러나 이대책도 비실명자들을 유인해 내기엔 아직도 미흡한것 같다.
가명계좌는 돈을 야행성으로 움직이는 습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이용해왔다. 생리적으로 신분을 감추고 과거의 흔적도,앞으로 갈길도
알리길 꺼려한다. 이들을 자발적으로 실명화의 대열에 동참시키려면
실명제가 그렇게 큰 불이익을 주는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들은 앞으로 꼼짝없이 내기싫은 세금을 낼수밖에 없게되고,과거의
행적까지 노출돼 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증을 아직도
갖고있다. 이 공포증을 덜어주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금은
낼수있을 만큼 부과될 것이라는 안도감을 주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미주알
고주알 따지지 않겠다는 확신을 명백하게 심어주는 거다.

세금은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율을 현행의 3분의2수준으로 대폭
내려주어야 한다. 실명제가 성공하면 세원포착이 늘어 세수가 30%쯤
늘어날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 세수가 당장 올해나 내년에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2년쯤 적자예산을 감수하더라도 그 늘어날 몫만큼 세율을 낮춰
줄여주면 실명화율이 높아져 세수가 빨리 늘어날수가 있으며 실명화가
끝나면 세원이 더 많아져 세수를 임의로 조정할수있는 여유를 갖게될수
있다.

적자가 계속되면 그때가서 세율을 다시 조정,재정적자를 보전할수 있다.
세원을 끌어내는 방법이 될수있다.

대금업법을 만들어 사채업자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할수도 있다.
일본에선 대금업자에게 이자를 연40%까지 받을수 있도록 해주고 그
이자소득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있다. 우리도 사채업자에게 이런
이익보장을 해주면 대금업이 사채시장 대행역할을 해주어 급전이
필요한 소기업 영세상인을 도울수도 있고 사채업자도 떳떳이 제도권
금융에서 활동을 할수있는 터전을 마련해줄수 있다. 사채업자를 실명화로
묶어놓는 방법도 된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확신도 실명화율을 더 높일수 있다.

이번 2차보완대책엔 과거를 묻는 대상을 대폭축소,다소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기명식 장기저리실명등록채권은 역시
국세청통보대상이 되어 비밀보장이 안된다. 그 호응도가 크게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과거를 따지더라도 특정일을 기점으로 삼아 그이후 실명제를 위반하는
사람은 과거까지 묻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거를 일체 캐지 않는다면
실명화의 호응도가 높아 질수도 있다.

정부는 금융실명제가 미래지향적이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명제는
미래를 위한 것이지 과거를 묻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도
실명제에 너무 비싼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과거를 묻자면
그비용이 더 높아질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제력으로는 미래의 일만
챙기는것도 버겁다.

우선 실명화율을 높여 실명제를 정착시켜놓는 일부터 해야한다. 꼭
과거를 따져야 할일이 있다면 후에 가려내도 늦지않다. 실명제를 과거를
따지는 사정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 실명화율을 낮게 만들어 실패케
할수도있다. 지난날을 따지려들면 과거는 사정할수 있어도 미래는
사정할수가 없다. 미래가 더중요하다. 실명제가 미래지향적이려면 과거는
과감히 잊어버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