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소방기구업체인 세진은 지난 5월 성준경 전 한미은행전무(57)
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급변하는 영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성장율이 둔화된 회사를 재도약 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소유주인 이석호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나고 성사장이 경영바통
을 이어받아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성사장은 같은 소방기구 제품이라도 기능위주의 생산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생산품목도 온수분배기 계측기 쪽으로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절묘하게 어우러져 성장잠재력을 마련한 사례이다.

최근들어 일정규모이상의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을 두는 사례가
늘고있다. 친인척에 의한 주먹구구식 가족경영에서 탈피하고 탄력적인
경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도에서다.

특히 중견업체의 경우 온갖 시련을 이겨가며 회사를 키워온 오너일지라도
재무관리 기술개발 생산 영업 투자등 경영의 전부문에서 팔방미인이 될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문경영인의 "출신"도 다양하다. 순수한 의미의 외부영입사례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경우 대기업이나 금융권 출신의 영입이 가장 많다.
일정기간 임원으로 관여하다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히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평사원으로 출발해 전문경영인에 오르는 예도 찾아볼 수 있다.

중견 면직물업체인 태창기업의 강길원 사장(55.전 럭키개발 사장)역시
외부영입된 전문경영인이다. 21년동안 럭키금성그룹에 몸담아온 강사장은
창업주인황래성회장의 기업관에 끌려 지난 2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56년 설립된 태창은 오직 청바지원단 우단등 특수면직물만 생산해온
회사이다. 강사장은 기업내부 및 외부환경을 분석해 대외 경쟁력 확보에
경영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카바이트 전문생산업체인 태경산업도 지난 7월1일 전문경영인으로 황재광
씨(전 제철엔지니어링 상임감사)를 영입했다. 황사장은 현재 전반적인 회사
업무를 파악중에 있다.

이밖에 에넥스의 김영광 사장(48.전 거화 경리담당이사) 계양전기의
박희석 사장(58.전 한국제지상무) 바른손팬시의 김지태 사장(50.전 삼립
개발이사)도 전문경영인으로 기업이미지 통합작업 품질관리 운동 신제품
개발등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있다.

무선전화기 전문생산업체인 나우정밀 이용운 사장(59)도 같은 사례로
맥슨전자 상무이사로 근무하다 이회사로 옮겨와 전무이사를 거쳐 사장에
올랐다.

그런가하면 내부승진을 통해 전문경영인에 오르는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있는 전자회사 필립스사는 지난 5월18일 필립스
산업코리어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박제(48)영업담당 전무이사를 승진
발령했다.

신사장은 지난 18년동안 줄곧 필립스에서 근무해왔으며 영업능력과
경영수완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왔다. 필립스산업코리어의 경우 한국인
대표이사의 취임은 지난 75년 회사설립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경동보일러의 노재훈 사장(55)은 10년동안 국세청에 근무하다 지난 75년
경동탄광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겨 경동보일러 부사장등을 거쳐 91년3월
경동보일러 사장에 취임했다.

성미전자 유태로사장(51)은 금성전기에 근무하다 지난 82년 성미로 옮겨와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지난 91년에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광진전자
창업자이자 성미의 실소유자인 성운량(61)회장은 유사장의 자금관리능력
국제감각 장기적인 제품개발계획등 경영수완을 높이 평가해 서둘러 경영권
을 넘겨줬다고 한다.

유사장은 사장이 된후 6개월 동안은 책임감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고부가가치제품생산에 주력해 금년내 기업공개가 가능할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내쇼날 푸라스틱 김우황사장(51)도 지난 76년부터 업무부장 이사 부사장을
거쳐 지난 91년 최고전문경영인이 됐다. 이회사는 대형사출부문에서
국내최대업체로 대형산업용기류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밖에 금형업체인 대동의 이응철사장(48)등 상당수의 전문경영인들은
내부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경우로 꼽힌다. 이사장은 지난 76년 대동에
입사해 상무 전무를 거쳐 지난 90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한편 이들 회사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오너가 자사출신의 전문경영인을
활용하는 것을 크게 환영하고있다. 경직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자신들도 노력여하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경우 기업소유주는 기업성장과 노사화합이라는 두마리 꿩을 동시에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 역사가 일천해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자리를 잡
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