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항만관제시설이 해난사고를 부채질하고 있다.

3일 해운항만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만의 대부분이
항만자동관제시스템(VTS)없이 입출항 선박과의 연락을 재래식
무선통신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전남 광양만의 유조선 충돌사고와 충남서산군대산면 앞바다에서
나프타운반선이 암초에 부딪친 사고도 안전수칙 무시와 항만및
항로관제망의 허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항청은 잠정결론을 내렸다.

현재 우리나라 항만엔 입출항 선박의 속력 방위등 이동상황을 한 눈에
볼수 있는 레이더시설은 27개 대형무역항중 부산 인천 울산 포항등 4기에
불과하며 그나마 감시능력이 부족하고 기계고장이 잦은 실정이다. 또 부두
이.접안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근접 폐쇄회로TV는 부산 포항의 2대뿐이다.

이중 울산과 포항 항만자동화관제시설은 포항제철등의 민자유치로 지난
83년과 올해 각각 설치된 것이다.

해항청이 지난 89년말 23만6천7백달러를 들여 미국 RDI사로부터 도입한
인천의 항만레이더는 스크린이 고장나 2년3개월째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또 지난 86년 설비된 부산항의 레이더는 감시범위가 북항지역인 10km에
불과,남항을 체크하지 못하고 반쪽역할만 하고 있다.

이들 항만을 제외한 나머지 23개 무역항중 10개 항만은 VHF등 재래식
무선전화등의 통신시설을 갖추었고 13개항만은 이같은 시설마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설비로는 기능부족과 수적제한으로 인해 기상악화등
긴급사태발생시 입출항선박 파악은 물론 해난사고 예방을 위한 신속한
교신이 어렵다.
우리나라 상선(여객선 화물선 유조선등)의 해난사고척수는 지난 89년
1백81척에서 <>90년 2백52척 <>91년 2백59척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2백37척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들어 지난 8월까지 해난사고를 당한 상선이 1백66척으로
작년동기대비 2% 증가했으며 이중 해난유조선은 같은 기간 31척으로
작년동기보다 31%나 증가했다.

또 해난사고중 1만 이상 선박의 대형 충돌사고가 급증,항만과 진입항로를
통제하는 자동관제시설 설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신로테르담항과 일본의 동경항은 항만자동관제시스템을
갖춘뒤 해난사고를 75% 줄여 투자비용을 상계했으며 인명 해양오염피해
감소율까지 포함하면 설비효과는 더욱 높게 나타난다.

<정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