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재벌그룹 경제력집중억제 시책에도 불구하고 3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의 계열회사 및 비계열회사에 대한 출자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재벌기업들의 경제력집중 추세가 거의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그룹의 출자절대액수 역시 큰 규모로 계속 확대되고 있
고, 재벌들의 평균 영위업종수도 늘어나 업종전문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5일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현재 30대 그룹의 출자총액은 장부
가격 기준으로 8조1천5백75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에 비해 5천2백13억원이
늘어났다.
그룹별로는 대우가 1조5천2백25억원을 출자해 가장 많은 출자액수를 보
였으며, 현대가 1조1천7백32억원, 럭키금성이 1조1백64억원, 삼성이 8천9
백71억원 순이었다.
이 기간에 현대.대우 등 15개 그룹은 순자산액 대비 타회사 출자비율
이 줄어들었으나 진로.한일.럭키금성 및 선경.기아 등 15개 그룹은 출
자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이들 그룹 가운데 진로의 경우에는 신규투자로 출자비율이 지난해 55.5
%에서 올해 무려 90.3%로 높아졌으며, 한일그룹도 50.4%에서 71.2%로, 금
호그룹은 44.8%에서 49.4%, 한화는 38.3%에서 43.3%로 각각 높아졌다.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이 기간 중 6백8개에서 6백4개로 줄어들었으나
대부분이 형제간의 재산을 정리하기 위한 계열분리이거나 경영악화로 인
해 계열사를 정리한 경우 등에 해당하며, 실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재벌기업이 경제력집중 해소를 위해 계열기업을 처분한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에 현대는 2개, 삼성은 3개의 계열사를 신설했고 선경.한
진.두산 등도 각각 하나씩 계열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들 그룹들이 영위하고 있는 업종도 표준산업분류 2단위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1개 그룹당 평균 17.9개에서 올해 18.3개로 늘어
났고, 미편입 위장계열사를 감안할 때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
상된다고 기획원은 밝혔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들어 정부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행중인 업종전문화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