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지난 87년을 전후해 노동부에서
노동조합 업무를 전담했던 공무원이 자신의 살아 있는 경험을 토대로 노
동조합에 관한 본격 개설서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노동운동의 일대 격변기라 할 수 있는 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노동부
노동조합과 담당사무관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안산지방노동사무소장으로
있는 김성중(40)씨가 최근 펴낸 <노동조합, 어떻게 할 것인가>(중앙경제
사 펴냄.457쪽)는 노동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노동조합 활동 전반에 걸친
흔치 않은 길잡이로 평가받고 있다.
"하루 평균 5백건 이상의 쟁의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1주일에도 수백개
의 노조가 생기는 판국이었습니다. 술에 취한 채 사무실을 찾아와 품 속
에서 녹음기와 식칼을 꺼내며 오늘 안으로 노조설립신고증을 안 내주면
같이 죽자는 사람도 있었고, 어용노조 몰아냈으니 대표가 변경신고증을
빨리 안 내주면 가만 안두겠다는 식의 으름장도 받았습니다. 그런저런 경
험 끝에 노동자와 사용자, 일선 공무원 모두에게 필요한 `상세하고 친절
한'' 안내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사회에 첫발을 디딘 뒤 `노동행정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미국 코넬대에서 노사관계 석사학위까지 받은 김 소
장은 "최신 이론이 우리 노동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사실을 절감한
터라 노동행정의 일선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현실에 맞는 개설서를 쓰
는 데 주안점을 뒀다.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단독으로 나서 만장일치 박수로 선임된 뒤 축하
술까지 한잔 걸쳤는데 사소한 법규위반으로 당선이 무효가 되고 엉뚱한
사람이 위원장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투쟁성과 과감한 지
도력만을 내세우다 하찮은 회계부정사건에 휘말려 `민주노조''가 무너지는
경우도 보았지요. 최소한 이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소장은 노동조합과 사무관 시절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지 않은 사무금융노련에 연맹
설립신고증을 내줘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최병렬 장관 때는 특유의 능력
을 인정받아 원진사태 해결의 `특명''을 받고 자신의 전공과는 거리가 먼
산업보건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때 그가 `재야쪽''으로 분류되던 양길승 성수병원 원장, 김녹호 사당
의 평원장 등 의료인들을 직업병 예방을 위한 각종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참가시키는 등 적극적 활동을 편 것은 재야의료인들 사이에도 잘 알려진
일이다.
"어떤 편향된 시각도 거부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쓰려고 최선을 다
했습니다. 의견이 상반되는 부분은 양쪽 입장을 모두 기술했고 논란이 되
고 있는 대목은 결론을 유보한 채 관련이론과 자료, 참고서적 등을 소개
했습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