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국세청에 거래자의 이자배당소득세 원천징수자료를 통보하지
않도록 한것은 금융실명제에 따른 비밀보호가 철저히 준수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힌 대목으로 이해할수 있다.

실명제 실시이후 고액인출자및 고액실명전환자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누누히 밝혀 왔으나 여전히 불신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 비밀누설의 소지를 최대한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발효로 본인동의나 영장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외부에 유출할 수 없도록 됐는데도 모든 거래내용이 담긴
원천징수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는 것은 긴급명령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어
위법시비를 해소한면도 있다.

그러나 이자및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근거자료 자체를 통보하지
않게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관련세금을 제대로 걷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까지 함께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금융실명제 본연의 취지가
공평한 세금징수에 있는데도 오히려 실명제를 이유로 조세확인권을
포기하는 결과를 빚어내 "불안감 해소"라는 명분에 조세논리가
상실당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금융기관이 국세청에 원천징수자료를 통보하는 것은 국세기본법85조에
규정돼있는 "과세자료제출과 모집에 관한 협조"조항이 근거. 세법에 의해
과세자료를 관리하는 기관은 자료를 성실히 작성해 정해진 기간안에
국세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를 근거로 지난 83년엔
국세청장이 각 금융기관에 협조요청을 보낸 적도 있으며 각 금융기관들은
관련자료를 컴퓨터로 작성한 마그네틱테이프를 매달 국세청에 보내고 있다.

문제는 통보자료의 내용이 불필요하게 상세하다는 것과 긴급명령이 시행돼
적법성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자료에는 세금을 징수한 근거가 모두 들어있다. 이자나 배당소득을
발생시킨 원본과 예치기간은 물론 거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까지
상세히 기록돼있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금융정보의 부당한 외부유출을
금지시켰으나 이 자료 하나만으로도 가.차명예금은 물론 실명거래자까지
모든 금융거래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돼있는 셈이다. 세무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개인의 금융거래내용을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그동안의 관행이 위법이라는 지적도 여기에서 나온다.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규정한 긴급명령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국세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자료통보를 금융자산
종합과세제가 시행되는 오는 96년까지 유보시킴으로써 자료노출에 대한
불안과 위법여부에 대한 시비거리는 상당히 해소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국세청이 각 금융기관의 전지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지 않는한 이자배당 소득세에 대한 과오납을 확인할 길이 없게됐다.
금융기관의 전산화가 이루어져 관련세금을 잘못 걷거나 탈루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접근경로 자체가 막히고 말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실명제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안에서 조세권만은
되살리는 보완책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