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20일 시애틀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삼대통령이 국제경제감각을 익히기는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있다.

김대통령공부에는 청와대 비서실이 구성한 자문팀이 참가,신태평양공동체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등 국제경제현안을 정리해 보고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박재윤대통령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한 이 자문팀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모임을 갖고 있다.

이 자문팀에는 박수석을 비롯해 김만제 전 재무부장관, 박영철 고대교수,
김기환 전 KDI원장, 유장희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 권병현외무부
외교정책실장,강봉균경제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 등 국제경제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매주 한차례 모임을 갖고 현안별로 우리 입장을 정리중이며
박수석이 이를 정리해 김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통령의 기조 발제문을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청와대 비서실이 이처럼 별도 자문팀을 구성한 것은 김대통령이
APEC정상회담에서 기조발제를 맡는등 중요한 역할을 요청받았기 때문.
시애틀 정상회담의 의장국인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특사를
보내 김대통령에게 기조연설을 부탁했다. 지난달 중순 미국무부 관리가
APEC회의 준비차 동남아국가를 순방하면서 청와대에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시애틀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15개국 정상들이 초청됐는데 각국
정상들과 통역만이 참석하는 비공식회담으로 진행된다는 것도 아울러
통보됐다. 이처럼 15개국 정상이 비공식회담을 갖는 것은 극히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통령이 기조 발제를 하는 것도 처음있는 일이라고
정부관계자는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기조발제를 요청한
것은 향후 한.미관계의 장래를 밝게하는 일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 자문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김대통령이 국제경제문제에
각별한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게 될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관심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경제추진위원회
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박영철 위원(고대교수)이 "앞으로는 외국의
요청이나 압력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따라 개방하고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한데 대해 김대통령이 흔쾌히 받아들이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정부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내개혁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에 국제경제문제에 폐쇄적인 입장을 갖고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시애틀 정상회담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체로서의 APEC이 폐쇄적인 지역공동체가 아니라 개방적인
지역협력체로 발전돼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미국측이 지난 7월 제시한 신태평양공동체 구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지지 입장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