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거인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이 근세에 발견되었을 때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무인도였다. 이 섬이 원래부터 무인도였던 것은
아니다. 몇천년전 거인상을 세운 폴리네시아인들이 이주해 와 살았던
섬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은 섬의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 배 무기등 생활도구와
땔감을 마련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고 무리를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동물을 사냥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어느
사이엔가 섬 전체가 벌거숭이로 변하고 동물들도 씨가 말라버린 지경이
되었다.

마침내 이 섬에서 살아갈수 없게된 폴리네시아인들은 딴 섬으로 이주해 갈
배를 만들려 했으나 나무가 없었다. 결국 그들 모두가 이 섬에서 굶어
죽고 말았다. 그뒤 이 섬은 울창한 숲을 되찾았다.

이스터섬에서 멸종된 이들 폴리네시아인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구잡이 동물 포획과 벌채 개간,그리고
지나친 방목이 인간의 생존환경을 말살시켜 가고 있다. 해마다 남한의
3분의2 면적에 해당하는 땅이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는 현실을 되돌아
본다면 그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지난 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의 권고에 따라 그
이듬해에 60개국이 워싱턴에 모여 "절멸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조약"(워싱턴조약)을 체결한 것도 인간의 무분별한
야생생물 남획 내지는 남벌로 위기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예고해주는
것이었다.

올해초에는 세계환경보호단체들이 코뿔소뿔 곰쓸개 호랑이뼈 사향등을
한약재로 선호하는 한국등에 통상보복조치를 취하라고 워싱턴조약기구에
촉구한 일까지 있었다. 보신이 되는 것이라면 그 어떤 동식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먹는 한국인들의 몬도가네식 식성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촉구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한국도 지난7월 워싱턴조약의 110번째 나라로 가입했다. 이 조약이 어제
날짜로 발효됨으로써 규제대상이 되는 야생생물이나 그 가공품을 당국의
허가없이 수입하거나 거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동물학대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릴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