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성으로서는 8번째로 노벨문학상수상자가 된 토니 모리슨씨는
인종갈등을 다루되 고발의 차원을 넘어 희망의 구조와 시적정서로
형상화해온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90년대 이후 최근에는
"할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흑인문학의 대약진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 흑인들이 겪었던 역사.사회적 고통을 인간존재의
피치못할 조건으로 포착해 인종갈등의 문제를 미국의 앞날을 좌우할
본질적인 문제로 끌어올린 업적이 평가돼 이번 노벨상수상자로 선정됐다.

88년 미국남북전쟁 직후의 186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한 소설 "소중한
사람"의 퓰리처상 수상에 얽힌 일화는 유명한 얘기다. 흑인노예어머니가
딸에게는 노예의 굴레를 씌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죽이고나서
겪는 고통을 그린 이 작품이 출간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문학.출판관련 상을 하나도 수상하지 못하자 저명한 흑인
작가들과 비평가 48명이 공동으로 항의성명을 발표해 미국 출판계에 일대
소용돌이가 일기도 했다. 퓰리처상 수상 이후 그녀는 인종문제와
미국에서의 흑인의 역사를 섬세한 여성의 시각으로 다루어 왔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시에서 출생한 모리슨씨는 70년 처녀작
"가장 새파란 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금발과
푸른눈을 가진 것이 아름다움의 표본인 백인아이들 속에 섞여 소외되는
흑인어린이의 얘기를 통해 정서적 갈등의 문제로 인종문제를 파악하는
시각을 보였다. 74년작 "술라"는 미국 사회의 가치.윤리기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시각을 보였다. 77년에 내놓은 "솔로몬의 노래"에서는 한 때
노예였던 사람이 노예해방이후에도 새로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렸다.
81년 작품 "타 베이비"는 흑인들의 부부관계문제를 다루고 있다.
흑인중산층을 비판한 이 작품에서 모리슨은 남과 여의 권리를 찾으려는
흑인들은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같이 맞서기 위해서는 서로 싸우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88년 퓰리처상 수상 이후 그녀는 흑인사회내부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흑인사회내의 신념과 삶의 체계의 재건축으로 돌려진 관심은
92년 "재즈"출간으로 이어졌다. 뉴욕 할렘가에 사는 늙은 흑인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슬픈 분위기 속에서 여러 심리적 갈등의
교차를 묘사,한편의 변주가 심한 재즈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92년 베스트셀러가 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말 문학세계사에서 최인자씨의
번역으로 출간된 바 있다.

극작가로서도 명성을 쌓은 모리슨씨는 83년 뮤지컬 "뉴 올리언스"의
대본을 쓴바 있고 86년엔 마틴 루터 킹의 일생을 기린 "꿈꾸는 개미"라는
희곡도 썼다.

현재 프린스턴대의 교수로 재직 중인 모리슨씨는 3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무하마드 알리와 공산주의운동가 앤젤라 데이비스의 전기를 쓰면서 인연을
맺은 랜덤 하우스사의 편집책임을 맡고 있다.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