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라는게 이렇게 무서운 줄 정말 몰랐심더.."
낱알이 들지 않은 쭉정이 벼가 허옇게 말라죽은 빛바랜 들판.
어떤 곳은 고개 숙인 누런 벼이삭 대신 이제 갓팬 푸른 벼이삭들이 꼿꼿
이 서있고,손질을 포기한 논에는 피와 잡초까지 무성해 차라리 검푸른 잿깔
에 가깝다.
"이런 흉년은 내 평생 처음아이가.아무리 흉년이라캐도 밥걱정은 안했는
데 올해는 때거리를 걱정할 판이니..." 논 5천평을 갖고있는 경북영일군 최
호씨(53)는 누런 벼이삭으로 뒤덮여 황금물결이 출렁거려야 할 가을들판이
냉해로 벼가 익지않고 새파랗게 남아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
려앉는다.
최씨는 "예년 같으면 벼 1천5백여가마를 수확했으나 올해는 2백가마나 나
올지 모르겠다"며 영농자금등 빚을 갚을 방법이 막연하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80년이후 13년만에 닥친 냉해로 올해 쌀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0%가량
(4백20만섬)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생종 벼를 심은 일부 지역의 피해
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경북 영일군의 흥해읍은 전체 2천2백 정보가운데 4백정보가 침수됐고 물
에 잠긴 논에는 낱알조차 들어있지 않은 쭉정이가 대부분이다.
또 경북 영주군 안강들과 경주들은 전체 1만2천4백50정보 가운데 80%인 9
천9백60정보가 냉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고 이에 따라 수확량은 지난해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추등 밭작물은 벼보다 냉해가 더욱 심각해 김장철 고추파동이 우려되고
있다.영남 최대의 고추주산지인 창녕군일대 고추재배농가들은 예년같으면
온통 빨갛게 익은 끝물고추를 따느라 일손이 바쁠텐데도 올해는 탄저병등으
로 고추가 열리지않아 일손을 놀리고 있고 외지인이 몰려드는 고추시장마저
한산한 모습이다.
창녕군 일대의 고추생산량은 지난해 1천3백55t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20-30
% 줄어들 전망이다.
참깨 역시 잦은 비와 이상저온 현상으로 씨가 여물지않고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등 최대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참깨산지인 전남 무안군의 경우 올해 1천5백정보에 참깨를 심었는데 예년
같으면 3백평당 75kg 수확했으나 올해는 수확량이 그 절반정도인 35-40kg
에 머물렀다.
제주도의 감귤생산도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의 감귤생산량은 지난해 70만t에 달했으나 올해는 61만t정도로 예상
되고있고 그나마 음료업체들이 수매량을 지난해의 58%수준으로 줄여 감귤재
배 농가들이 생산된 감귤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