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RAM)->막기억장치, 롬(ROM)->늘기억장치, 칩->회로쇠, 프롬프트->길
반디.
한 민간학술단체에서 최근 한글창제 547돌을 앞두고 컴퓨터용어 2백22
개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완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어와 컴퓨터를 연구하는 민간학술단체인 `국어정보학회''(회장 서정수
한양대 교수)는 누구나 컴퓨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해 4월부터 컴퓨터 외래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 1년반 만
에 우리말 컴퓨터용어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우리말로 바뀐 컴퓨터용어는 앞으로 문화체육부 안에 설치된 `국어심의
회의''의 심의절차를 거쳐 정부에서 인정하는 공식용어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컴퓨터교재나 공업진흥청의 정보처리용
어집에 수록된 컴퓨터용어 중 상당수가 새로운 우리말로 바뀔 것으로 전
망된다.
특히 이번에 완성된 새 컴퓨터용어는 되도록 순수한 우리말로 만들어져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공업진흥청의 정보처리용어집에는 드
라이버를 구동기로 쓰고 있으나 국어정보학회에서는 `돌리개''로 바꾸었으
며, 파일도 `철''로 개정했다.
국어정보학회는 가능한 한 토박이말로 바꾼다는 원칙 아래 전체 2백2개
개정용어 중 36%인 80개 용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개정했으며, 나머지 말
도 우리말과 한자어 또는 외래어를 혼용해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프
롬프트''를 대신하는 `길반디'', `새맑은텔리비전''(HDTV) 등의 새 말이 이
렇게 해서 태어났다.
1년반에 걸친 새로운 용어 만들기에는 컴퓨터 전문가, 한글학자는 물론
교육부, 공업진흥청 등의 정부 관리들도 참여했다.
"우리말 바꾸기 작업을 하면서 왜 현재 잘 쓰고 있는 용어를 구태여
바꾸려 하느냐는 반발도 많았습니다. 특히 관료층이나 나이든 학자층에서
반발이 심했지요. 심지어 한자로 바꾸는 것까지는 봐줄 만하지만 한글로
고치는 것은 못참겠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국어정보학회의 이사로 이번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남영신(40)씨는
"그래도 한국인인데 컴퓨터도 우리말로 배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생각으로 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남씨는 "이번 작업의 목표는 이미 컴퓨터에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를 막 배우려는 어린 학생이나 영어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국민학생들에게 `배치프로세싱''이란 용어를 가르칠 것이냐, `묶음처리''
로 가르칠 것이냐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