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어른께서 승인을 하셨으니까 동맹이 이루어졌지,저희들 힘만으로
어찌 동맹이 성립됩니까"

"이런 판국이 될 줄 알았으면 그때 내가 동맹을 승인했을 턱이 없다구. 그
뒤 내가 요시노부 쇼군이 대정봉환을 하도록 작용을 했고,평화적인 방법
으로 막부를 폐지하고,천황 중심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판인데,그따위 거사를 단행하다니,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은 내가 할 말
이라구"

"쇼군 요시노부를 그대로 두고서는 천황 중심의 권력형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명칭만 바뀔 뿐 여전히 권력이 그의 손에 머물게
되지요"

"그렇다면 말이야,자네들 거사가 순조롭게 성공을 할 것 같은가?
요시노부가 순순히 물러설 것 같으냐 말이야"

"기어이 물러서도록 만들어야지요"

"안 물러서면? 결국 싸움밖에 없잖아. 전쟁으로 결판을 내자 그건가?
싸워서 이길 것 같애?"

"이미 대세는 우리 쪽입니다. 민심이 막부에서 떠났거든요"

"민심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나?"

"영향이 크지요. 사기에 관한 문제거든요. 그리고 전력도 결코 우리가
뒤지지 않습니다. 막부는 이미 조슈 한 번과 싸워서도 진 전력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다섯 번이 일어섰습니다"

"다섯 번? 어디어딘가?"

"이번 거사에 가담한 번은 사쓰마,게이슈,에쓰젠,비슈,그리고 우리 도사번
입니다. 조슈번까지 합하면 여섯 번이지요"

"음- 우리 도사의 번군이 내 명령 없이도 움직이나?"

"대감어른,부디 이 중대한 시기에 오판을 하시지 마십시오"

"듣기 싫어. 물러가라구"

"대감어른,아무쪼록 한 번 더 심사숙고 하시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듣기 싫다니까. 난 지금 피곤하다구. 잠을 자야겠어. 물러가도록 해"

간밤에 그렇게 고도를 물리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야마노우치는 쉬 잠을
이루질 못했었다.

아침술을 거푸 마시고 있는데, 번저에 근무하고 있는 고야마사다에가 찾아
왔다.

"대감어른,오늘 이른 아침에 조정에서 중대한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쇼군 요시노부가 파직되고,정권이 고스란히 개혁파의 손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느니라"
야마노우치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조정에서 대감어른께 급히 입궐하시라는 통고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