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서해훼리호 선실안 시체와 선체인양작업이 나흘째 계속된 13일
의 기상조건은 사고당일인 10일과 흡사했다.
높이 2~3m의 파도가 치고 풍속 10m 가량의 바람이 몰아쳐 인양작업은
적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오전 8시경 해경의 1천5백톤급 구조함에서 내려진 고무보트 한척이 특
수구조대원들을 태우고 풍랑을 헤치며 1백여m 떨어진 침몰 지점으로 접
근해 갔다.
구조대원들은 침몰지점을 표시한 해상의 부표와 사고선박의 객실문을
연결한 밧줄을 잡고 물속으로 들어 갔다.
그로부터 한시간뒤인 오전 9시경 흰색잠바에 카키색바지를 입은 시체
한구가 물위에 떠올랐다. 결국 특수구조대원들이 사고선박의 하객실에
갇혀 있던 시체를 인양한 것이었다.
정오경에는 그동안 생사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 승무원 7명
중 갑판원 김재광씨의 사체가 역시 하객실에서 인양됐다. 김씨의 사체는
상객실로 통하는 계단통로 부근에서 승객들의 사체와 뒤엉킨 채 발견됐
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어선 10여척에 분승해 날이 밝자마자 사고해역으로
몰려온 유족들이 시체가 한구 한구 인양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신원을
확인했다.
사고선박으로 잠수해 들어간 구조대원은 숨진 승객들 대부분이 객실
창문이나 통로 근처에서 발견돼 이들이 배가 물 속으로 잠기자 탈출하려
고 몸부림치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발견된 시체중에는 마지막순간까지 옷을 벗어 던지고 수영을 해
살아보려 했던듯 팬티만을 착용한 사람들도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부패하기 시작한 사채를 온전하게 후송하기 위해 드라이
아이스를 준비, 사체의 손상부위에 집어 넣고 인적사항을 두꺼운 마분지
에 적어 사체와 함께 위도 파금장 항으로 급송했다.
오후들어 사고선박에 구조대원들이 출입할 수 있는 통로 2개가 확보되
면서 시체인양작업은 급진전돼 7~8구가 한꺼번에 인양되기도 했다.
한편 해군구조책임자 진교중대령(42)은 "침몰선박을 수색한 결과 1,2
등칸에는 사체가 거의 없고 3등칸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