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10명이 한달 넘게 단식농성을 벌이며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서울 마포구 민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해 13일로
33일째 `죽음을 무릅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노동자는 대우정밀.
풍산금속 등 방위산업체에서 해고된 뒤 병역법 위반으로 수배를 받아오
던 병역특례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대우정밀 해고자 조수원(27)씨 등 5명은 팔.다리 마비 등
증세가 심각해져 지난 9일에 이어 13일 서울 관악구 사당동 사당의원으로
옮겨져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그나마 연명하게 해준 물과 소금조차 끊어버린 이들은
"생명에 지장이 있으니 제발 금식만은 풀라"는 문익환 목사의 간곡한
설득으로 이틀 만에 다시 물과 소금을 먹고 있다.
사당의원 김종구 원장은 "이들 대부분이 병원에 와서도 일체의 음식을
거부한 채 링거 액으로 버티고 있다"며 "모두가 맥박이 1분에 40~50회
로 불규칙하고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장추정맥
질환 증세를 보이고 있는 등 아주 위중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장 단식농성''을 기록할 이들이 `단식''이라는 극한적 방법을 통해 알
리려는 내용의 핵심은 세가지다.
방위산업체의 경우 일정기간 미만 근무하다 해고되면 곧바로 입대를 해
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사용자들이 노조활동을 가로막고 있으니 현행 병
역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해고자 복직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가 있다면 다른 사업장은
제쳐두고라도 정부투자.출연기관 해고자들이라도 우선 복직시켜야 하고,
김영삼 정부가 강조해온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도 법원에서 부당해고 확
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원상회복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기택 민주
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농성장을 찾아와 국회 대표연설과 국정감사를
통해 해고자문제를 공식제기할 것과 당차원의 대책위 구성을 약속하기도
했다.
문익환 목사와 이창복 전국연합 상임의장 등도 이날 과천 노동부 청사
를 방문해 이홍지 근로기준국장을 만나 특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같은 장소에서 1백40여일 가까이 농성을 계속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단식자들을 지켜보고 있는 한 해고노동자는 "이들의 결심이 워낙 확고하
다"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도 정부가 최소한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