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제정책이 결정될 때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따진다. 대체로
원칙에 충실했을 때는 경제논리가,여론의 동향을 중시했을 때는 정치논리가
작용했다고들 한다. 관료집단의 "변화기피증"이 심각하고 정치권은
지나치게 "인기만능주의"에 빠져있어 이 두가지 논리는 상호견제기능을
하며 나름대로의 필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 두가지 논리를 가를 땐 한결같이 경제논리 편을 든다. 여론을
따르다 보면 원칙이 흔들리게 마련이고 정책의 일관성이 깨지는 탓이다.
지나치게 상황논리를 앞세워 임기응변식의 땜질처방을 요구하는것도
정치논리의 폐해다. 더군다나 대개의 정치논리들이 압력집단의 이해와
무관치 않다. 특정계층이나 지역을 염두에 둔 요구여서 보편타당성을
저해하는 일이 잦게 돼있다는 점이다.

정책수립과 집행을 주관하는 장관들에게 "경제논리를 사수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논리를 쉽사리 수용하는 장관에게
"소신이 없다"거나 "딴 생각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하는 것도 그래서다.

한데 요즘 재무부의 동향을 보면 정치권의 풍향에 맥을 못쓴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바로 하루전까지도 극구 부인하던 시책을 언제 그랬냐는듯이
여반장으로 뒤집는다. 금융실명제에 따른 장기산업채권 발행이나 세율인하,
신용금고 신설허용등은 그 전형적인 예에 불과하다.

논리도 달라졌다. 신용금고의 경우 "영세 금융기관간의 과당경쟁이
우려돼서안된다"더니 이번엔 "지역을 제한하기 때문에 과당경쟁의 우려가
없어서 괜찮다"고 한다. 엊그제까지도 장관과 실무자의 생각이 같았는데
하루아침에 장관만 달라졌다. 실무책임자는 어안이 없어할 뿐이다. 장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라는 설명으로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미 "위"에서 결정된 일이라고 한다면 그건 더더욱 곤란하다. 경제에
도움이 안되고 하기도 싫은 일을 했다면 "소신"보다 "자리"를 택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물론 장관도 "정권"에 의해 임명된 자리이기에 정권의 청사진을
실현시킬책임이 있기는 하다. 정치권의 요구라는 것도 민주주의사회에선
결국 국민의 요구여서 나몰라라 할수만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장관이 한 말이언제 뒤집힐지 모르니 누가 장관의 발표를 믿을 지,또
정책의 일관성은 누가 지킬지가 걱정이다.

<정만호.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