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경제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좀 엉뚱한 데가 있다. 경제침체는
분명한 사실인데 중형이상의 승용차를 사려면 어떤 차종은 3개월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 추석때는 예상과는 달리 시장은 위축되고 백화점들이
호경기를 구가했다. 다같이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과는 딴판인
것이다.

한국인들의 경제행위속엔 확실히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제
축적보다는 쓰고보자는 심리가 돈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저유를 형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그런가하면 돈없는 사람들은 생업에서 소득이
줄어 고통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태라고 얘기된다. 투자의
부진도 돈을 벌어봐야 뭐하느냐는 세태의 한 단면일수 있다.

돈을 벌 거리도 드물고 억척같이 돈을 벌어봐야 신명날 일도 없다는
생각이 앞으로 국가경제를 위협할 최대의 요인일지 모른다. 있는 사람들이
투자보다는 가진것 쓰고나 보자고 하고,없는 사람들이 더 고통받게 된다면
이것은 결코 경제발전의 구도가 될수 없다. 경제침체로 빠져드는 길이다.

이를 타개하지 않고 실명시대의 신경제는 결코 성공할수 없다.
금융실명제는 가위 혁명적인 경제조건의 변화다.

경제환경은 혁명적으로 변했는데 경제정책은 그저그대로라면 경제행위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것은 뻔한 일이다. 한마디로 큰 희망을 걸고 단행한
실명제가 이제 돈벌기는 글렀다는 구도로 정착돼 간다면 한국경제는 야단인
것이다. 경제가 건전하게 더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실명제의 목표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나면 곧 새로운 경제활성화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모두들 기대했다. 그런데 미적미적 아무런 단안이 없다. 부처간 이견만
나타내고 여객선침몰사건에 정신을 뺏기고,성장률이 4%정도면 그런대로
괜찮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정책불재상태를 빚고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수요자극책만을 쓰라고 주문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명제로 경제거래가 위축되고 돈을 벌어봐야 세금내고 나면 남을것이
없는 구조를 타개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없이 어물어물하고 있으니 경제의 불확실성만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세제의 근본적 개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실명제로
세원이 정확히 포착되게 된 이상 세율은 당연히 대폭으로 내려야 한다.
지금의 세율은 세원이 잘 노출안되는 상황에서 인정과세를 할수밖에 없는
세정을 상정한 것이다.

마치 외상술값을 상당부분 떼일 요량으로 술값을 높게 책정한 것과 다를
것이없다.

급여소득이 분명한 봉급생활자들이 보너스를 탈때 떼이는 세금은 참으로
엄청나 일할 욕구를 주눅들게 한다. 봉급이 올라도 소득효과는 반감된다.
이같이 높은 세율을 낮춰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사업자들 역시 봉급생활자들처럼 세금을 떼일때 과연 사업을 계속 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실명제는 선진제도의 도입이다. 따라서 금융환경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국내금융자율화와 함께 국제금융이용도 자율화되어야 한다.
개방체제에서 자기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상업차관을
끌어쓰는 것이 무슨 특혜인가. 특혜시비는 폐쇄경제때의 국내적 시각으로
보기때문이다. 국제금융의 이용이 자유로워져야 국내외 금리차이도
좁혀질수 있다.

신경제는 원래 표방했던것 처럼 민간자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행정규제를 대폭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아직도 일선창구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한다는 의욕으로 정부의
간섭이 오히려 더 늘어날 소지마저 있다.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업종전문화정책으로 투자에 한계를 긋고 있는 실정이다. 생사가 걸려 있는
기업자신들이 더 잘 알아서 할일을 공연히 정부가 맡아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주도경제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기업을 독려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경제계획은 실명제라는 급격한 환경변화가 돌출했기 때문에 당연히
정책적 발상의 전환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경제활성화조치의 뼈대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변화가 사업을 더 건전하게 잘 할수 있는 기회라고
믿게해야 한다. 그래야만 돈을 써버리고 말자는 위험한 풍조를 차단할수
있다. 소비경제를 투자경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신경제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