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페리호는 지난 17일,위도앞바다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같이 서해페리호의 인양작업이 1차적으로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침몰사고의 발생원인에 대해 몇가지 사항을
명백히 해준것은 그런대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수있다.

서해페리호의 침몰참사는 침몰사고가 아니라 전복사고라고 생각된다.
침몰이나 전복이나 배가 바닷속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지만 서해페리호의
경우는 배안에 바닷물이 침수되어 침몰하게 된것이 아니라 엄습하는 파도에
배가 뒤집혀 참사를 빚게된 것이므로 전복사고라는 것이 정확하다.
잠시나마 국민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서해페리호가 그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여기서 우리가 연역적으로 추리할수 있는것은 어째서 서해페리호가
복원력을 상실하여 전복하게 되었느냐는 점이다. 배가 기울어 선체의
무게중심점과 부력의 중심점이 일치하지 않을때,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이
복원력인데 이를 상실해서 전복하였다는 것은 선체의 구조에 결함이 있거나
선객이나 화물을 과중하게 적재했었다고 밖에 볼수없다.

또 조타술이 졸렬했었다는 것도 확실하다. 당시의 바람과 파랑상태로
미루어 횡파를 피하지 못한것은 조타술이 졸렬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하긴 항해사가 승선하지 않았고 갑판장이 키를 잡았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그밖에도 현재 판명된 사실로 보아 적어도 100명이상 정원을 초과했었다는
사실도 예삿일이 아니다. 지난 8월초순 가족들과 함께 서해 덕적도로
여름휴가 갔었을때 일이 생각난다. 인천항과 덕적도 사이를 여객선 갑판에
종이를 깔고 앉아 약3시간를 지새면서 안전에 마음 졸였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수없다. 그때 느낀것은 아무리 연안해운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비근대적으로 운항할수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연안해운은 영세업자가 담당하고 있다. 또 저렴한 승선요금으로 시설의
현대화는 고사하고 일상의 채산성마저 맞는지 의문이었다. 국가에서
연안여객선사에 보조금을 주고있다지만 그것으로 정상운영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연안해운의 근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없이는 해상의 안전이란 있을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