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8일 오전에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오는 11월중에 금리
자유화 2단계조치를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2단계 금리자유화의 대상은 한은재할인을 받는 정책금융을 제외한 모든
여신금리와 2년이상의 수신금리, 국공채및 만기가 2년미만인 회사채와 2년
이상인 금융채의 발행금리를 포괄하고 있다.

이처럼 2단계 금리자유화는 오는 97년까지 4단계로 나뉘어 추진되는 금리
자유화계획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재무부의 금리자유화계획에 따르면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를 92년 하반기
부터 93년 사이에 시행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상으로는 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행시기와 내용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중에서 몇가지를 지적하고
자 한다.

첫째는 2단계 금리자유화의 적절한 시행시기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단계 금리자유화의 조기실시주장이 끊임없이 나왔으며
우리도 올해 2~3월중에 시행하되 안되면 차선책으로 7~8월중에라도 실시할
것을 주장한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신경제100일계획을 비롯한 경기부양조치에 급급한 나머지
시중금리를 상승시킬 염려가 있는 금리자유화를 계속 미뤄오다 올해안에
실시해야 한다는 일정에 쫓겨 결정한 인상이 짙다. 게다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이 풀려
통화환수가 필요하나 자칫하면 금리자유화에 따른 금리상승세를 부채질할수
있어 진퇴양난이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투자를 위축시켜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을 더욱
더디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자유화가 되면 시중금리는
시장의 규제금리와 사채금리사이의 중간수준으로 수렴될수밖에 없으며 이는
시중 금리의 상승으로 보일수 있다.

따라서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기업들은 금융비용
증가를 걱정하게 되며 중소기업들은 금리하락보다 과연 사채시장에서처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손쉽게 돈을 구할수 있느냐를 의심한다. 이같은 갈등
은 우리의 뒤떨어진 금융시장구조에서 파생된 것으로 어차피 언젠가는 한번
거쳐야할 홍역이지만 통화환수와 금리안정의 틈새 사이에서 지금처럼 정책
선택의 폭이 좁은것은 정책당국의 실기한 탓이 크다.

둘째는 금리자유화의 시행과 관련된 실무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미 지적한대로 어려운 시기에 엄청난영향력을 미칠 2단계 금리자유화의
시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책당국과 금융기관들은 의외로 조용하며
심지어는 맥빠진 느낌마저 준다. 그렇다고 금리자유화의 시행준비가 잘
되어 있는것 같지도 않다.

금리자유화를 할 경우 무엇을 기준으로,얼마나 자주,얼마만큼 금리를
조정해야하는지 합의가 된것이 없으며 앞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의문도
많다. 한은관계자에 따르면 원가연동방식으로 금리를 조정하되 선도은행의
금리를 기준으로 하게끔 하여 금리자유화이후 시중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동안 논의되던 시장금리
연동 정기예금(MMC)의 도입은 금리자유화와 별도로 시행한다는 생각인데
자칫하면 수신금리경쟁이 벌어지고 이것이 시중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도입에 따른 부담이 클것 같다.

일부에서는 선도은행제의 실시가 금리자유화의 의의를 퇴색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아무런 기준이 없는 상태
에서의 금리조정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나쁘게 볼것은 아니다.
문제는 오히려 이같은 기준설정이 미흡하다는 것이며 최종해결사(last
resort)로서 기능해야 할 중앙은행의 위상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은 이처럼 금리자유화의 실무준비가 부실한데도 정책당국
과 금융기관이 태평한 것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금융규제를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오랫동안 정부규제에
길들여진 금융시장과 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뀔수는 없다.

그러나 80년대초부터 금융자율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점을 생각하면
준비기간이 짧았다고 만은 할수 없으며 문제는 개혁의지의 부족이라고
하지않을수 없다.

금리자유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서 항상 장애물로 버티고 있는
시중금리안정도 더이상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경기회복의 열쇠는
투자증가여부이며 여기에는 대기업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이 우리실정이다.
지금 대기업의 자금사정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시중금리상승은
견딜수 있다고 보며 다만 문제는 빠른 시일안에 금리안정이 이룩되도록
안정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의 걱정은 이 안정장치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