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의 귀재로 불린 마이클 밀켄.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미국산업구조를
변화시킨 인물로서 20세기초 금융자본가였던 존 모건과 함께 정크 본드의
대부로도 불렸던 마이클 밀켄을 꼽았다.

토플러는 밀켄이 투기성이 높은 정크 본드의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공급함으로써 모건시대에 확립된 금융업과
대기업지배의 산업구조를 서비스및 정보산업체제로 이행시키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토플러는 더 나아가 밀켄이 정크 본드에서 조달한 자금을 경영환경변화에
기동력있게 대처할수 있는 회사설립을 목적으로한 M&A활동에 지원함으로써
정보산업쪽으로의 권력이동을 촉진시켰다고 분석했다.

토플러도 M&A를 급변하는 경영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경쟁력강화를 위한
경영전략으로 이해한 것 같다.

토플러의 인식처럼 M&A의 긍정적인 측면은 시장원리의 도입에 의한
경쟁력강화로 요약되고 있다.

상품으로 취급되는 기업들이 합쳐져서 규모의 경제실현,기술의 획득및
결함,원료공급선 확보등 여러가지 상승효과를 얻으면서 성장을 지속할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정부출범이후 대기업들이 잇달아 추진하고 있는 업종전문화를 위한
그룹내 흡수합병도 경쟁력강화를 위한 일종의 M&A로 볼수 있다.

지난 91년 삼미가 북미지역의 4개 특수강공장을 인수한 것처럼
국내기업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추진해온 해외M&A활동은 선진국의 기술도입
무역장벽의 극복,원료확보등을 겨냥한 것들이 많다.

최근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과정에서 밝혀졌지만 코오롱그룹의
이웅열부회장이 한국카프로락탐주식을 대량으로 위장 분산시켜 놓았던 것은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

내년 7월부터 대량주식소유제한제도가 철폐된후 경쟁력강화를 겨냥한
여러가지 목적의 M&A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실명제실시이후 상호신용금고업계에서 M&A활동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같은 M&A활동의 전개와 함께 국내기업들간에,또는 경영자들간에 경쟁이
촉진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되고 있다.

방만하게 경영을 하는 기업과 경영자들은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인
세력들로 부터 언제든지 M&A의 표적이 될수 있다는 인식아래 합리적인
경영에 나설것이란 논리다.

M&A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상당히 있다.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주식대량매집사건을 계기로 M&A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기업들이 경영권보호에 급급한 나머지 생산이나 투자활동에 신경을
쓰지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 일부
대기업들의 경영권분쟁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나라 대주주들의
경영권에 대한 애착이 다른나라에 비해 상당히 강하다는 근거에서 이다.
내년 4월부터 기업의 자사주보유가 당장 허용되면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들은 생산에 써야할 돈으로 자기회사주식을 사들이는 현상도 나타날
것으 로 예상된다.

사냥에 나서는 기업들도 M&A에 많은 자금과 노력을 쏟아 연구개발투자와
설비투자를 소홀히 하거나 재무구조가 악화이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제일화재보험의 이동훈회장이 지난 91년4월 자신이 대주주였던
고려씨스템의 도약을 위해 동양정밀을 인수한후 피인수기업인 이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인수기업인 고려씨스템산업도 과도한 채무로 파산하는
불운을 맞은 것은 M&A역기능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풍토에 비추어볼때 경영권을 노린 "경영권투기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풍토상 M&A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기업주식을 몰래 사들인후 경영자에게 찾아가 경영권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공갈단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월가의 황제로 군림했던 유태인 마이클 밀켄이 끝내 고객협박 사기
문서조작 주가조작 내부자거래등의 혐의로 법정에 선후 쇠고랑을 찼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김시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