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에는 연출효과라는게 있게 마련이다. 깜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에 호감을 주는 연출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밉살스러운
연출도 없지 않다.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이제 막 악단에 데뷔할
무렵의 일이었다. 그의 이름이 이곳 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하자 음악계를
누비고 다니던 당대의 대가들이 신예의 등장에 긴장할수 밖에 없었다.
바이올린 연주의 대표주자 라폰이 파가니니에게 도전해 왔다. "오케스트라
반주로 경연을 하자"는 것이었다. 파가니니는 작전계획을 세우고 주야로
연습에 전념했다.

오케스트라와의 예행연습이 있은 날 파가니니는 지각을 했고 게다가
자신의 바이올린을 깜빡 잊어버리고 빈손으로 나타났다. 연습이 엉망이
된것은 불문가지. 라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파가니니는 울상이 되어
귀가했다.

드디어 연주회의 날이 왔다. 라폰이 먼저 등단해서 멋진 연주솜씨를 발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다음에 등단한 파가니니는 우선 차림새부터 초라
하게 보였다.

바이올린을 치켜올려 막 연주를 하려던 찰라에 이게 웬 일인가. E선이
"핑"하면서 끊어져 버렸다. 청중들은 "경기는 이미 끝났구나"하면서
체념할수 밖에 없었다.

파가니니는 단 세개의 현으로 연주즐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연주는 천국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노래라고 갈채를 받았다. 세현만 남은
바이올린 연주는 라폰의 음악과는 비교가 될수 없었다. 승부는 간단히
끝났다.

요즈음 이 모든것이 파가니니가 사전에 짜놓았던 "연출"이었다 한다.
호감이 가는 연출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연출이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함정이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다 핵폐기물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지난번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방일성과가 변변치 못했던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빚독촉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보이는,별로 호감이 가지않는 연출이다. 러시아의
이런 연출은 1917년의 10월혁명이후 줄기차게 해온 연출들이다.

옛날 시골장터에서 덩치큰 녀석들이 텃세 뜯으러 다니다가 퇴짜를 맞으면
선량한 상인들의 가게앞에 오물잔치를 벌이던 행패와 50보 100보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