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더러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분야에서
경기에 가장 예민한 업종으로 "금형"분야를 꼽는다.
금형업종은 경기선행지수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다. 신형자동차나
가전제품이 시중에 출하되기 1~2년전에 이미 완제품업체에서 금형업체에
다음번 신제품제작을 위한 부품설계모형및예상생산량등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형업종을 두고 "경기의 성감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형업종외에도 금융분야에선 리스업종을 가장 예민한 부문으로 본다.
실제 설비투자마인드가 가라앉으면 리스업종이 제일 먼저 곤혹을 치른다.

또 철강업계는 나름대로 철강수요및 예측수요량을 보고 경기를
판가름하는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전력은 지역별
산업전력수요량을 보고 현재의 산업활동지표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고도
말한다. 명우정밀의 손병태사장은 "금형을 경기의 성감대라고 한다지만
금형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금형핀생산업체야말로 어떤 업종보다 경기의
흐름을 먼저 느끼는 업종"이라고 주장하기도한다.

그러나 경기와는 거의 무관할 듯 보이는 브레이크생산업체인
대화브레이크의 홍훈필사장은 자신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경기진단사라고 얘기한다. 도대체 자동차브레이크를 생산하는 그가
어떻게 경기의 흐름을 알아낼 수 있다는것인가.

최근 홍훈필사장이 손수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안산전철역에서
반월공단으로 가는 4거리 신호등에 멈춰섰을 때였다. 홍사장이 차창밖을
내다보며 갑자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여기가 분명히 공단지역인데도 보십쇼,요즘은 도대체 화물차가
다니는 게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보이더라도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은
많지 않죠"
때마침 화물을 싣지않은 대형트럭 한대가 좌회전을 하며 지나갔다.

그러자 홍사장은 요즘 경제기획원등 관계기관에서 발표하는 경기지표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치 못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대화브레이크는 화물차등 대형차브레이크생산 과점업체여서
애프터서비스용 브레이크라이닝의 수요량을 보면 쉽게 산업부문의
물동량을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화물차 브레이크라이닝은 짐을 가득 실었을 경우 소모량이 2~3배로
증가합니다. 반면 화물을 적게 실었을 때는 수요량이 급감하죠"
홍사장은 이같은 브레이크의 수요특성 때문에 매달 AS용 대형차브레이크의
판매량을 체크해보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동행지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몇년전부터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최근 판단은 간단했다. 지난 4월중 반짝경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난8월 들어서부터는 지난 10년이래 최악의 경기침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거였다.

중소기업의 부도사태가 줄을 잇던 작년 하반기보다 부도업체수는
줄어들었으나 경기자체는 훨씬 더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자동차및
반도체수출등 일부업종의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긴하나 중소기업분야의
경기는 심각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실제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8월중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4.4(85년=100기준)로 최악의 수준을 나타내긴 했다.

반월공단 388의2에 있는 대화브레이크공장의 생산라인에 들어섰을 때
대만등으로 수출되는 승용차용 브레이크라이닝생산라인은 매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비해 대형차용 라인의 모퉁이에는 재고품이 다소
쌓여있었다.

소위 "배꼽경기"라 일컫는 체감경기를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홍사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정부가 더이상 체감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엔고여파로 일본이 맥을 못추고 있는 지금이 성장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할 가장 적합한 시기죠. 경기부양책은 보다 빨리 마련할수록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