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일본정부가 NTT(일본전신전화)를 민영화시킬때의 일이다.
NTT노조는 민영화이전 부가급여외에 음성급여나 가짜출장등을 통해
나름대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임금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긴 했으나
이같은 "재미"에 대한 미련때문에 노조는 민영화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일반국민은 노조의 태도를 비난하게 됐고 그결과
노조는 임금협상등의 자율권을 전제로 민영화로 돌아섰었다.

우리는 어떨까. 정부투자기관의 민영화작업이 구체화되면 해당기관의
노조입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나 현재로선 노정간 마찰을 빚고 있는게
사실이다. 마찰의 핵심은 주로 복지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공기업경영의
난맥상은 누구의 책임이냐,그리고 공기업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모아져 있다. 정부는 공기업 노조가 복지지상주의로 흘러 독점에서 생긴
이윤이 제대로 투자에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 84년
정부투자기관 경영자율화이후 노조와 경영진의 이익갈라먹기과정에서
노조가 기득권세력으로 자리를 굳혀 공기업경영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갖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생각은 전혀라고 할정도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공기업의 복지라는게 정부가 얘기하듯 그리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같은 인식은 "근로조건을 개악시키려는 음모라고 밖에
볼수 없다"(이한복 정부투자기관 노동조합협의회 총무국장)는게 노조측의
시각이자 주장이다. 이국장은 "정부가 이사회에 참여해서 경영내용을 다
간섭해놓고 나서 이제와서 투자기관노조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는 공세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자율경영을 먼저 보장하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투자기관통.폐합이나 민영화는 해당기관의
의견을 들어보고 해야지 경영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정부 마음대로
"칼질"하지 말라는 주문으로도 들릴수 있다.

노정간의 갈등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정부(경제기획원)가
노조복지중 가장 문제삼는 것이 노조전임자수다. 투자기관에서
노조업무만을 전담하는 노조전임자는 모두 4백8명이다. 한전의 경우
전임자가 77명이나 된다. 이중 14개 기관은 조합원 1천명당 노조전임자가
3명이상이다. 현대자동차(1.3명)금성사(1.7명)등 국내민간기업의 배정도가
되는 인원이다. 미국(1명)일본(2명)보다도 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에 필요한 부대경비도
회사부담으로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정부투자기관이
"노조세상"이돼 있다는게 경제기획원의 솔직한 심경이다.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논리 또한 분명하다. 아니라는것이다. "전임자가
가장 많은 한전만하더라도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해있어 단일사업자인
현대자동차등 민간기업과의 비교는 설득력이 없다"(최태일
전국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의장)고 반박하고 있다.

공기업 방만경영에 대한 공방도 볼만하다. 노조는 정부가 투자기관경영에
직간접으로 간여해온 것이 사실이고 정치적 목적으로 투자기관장인사를
해온점을 인정한다면 경영에 대한 책임도 자연히 정부에 있는것 아니냐는
논리를 편다.

투자기관의 문제는 모두 낙하산인사의 결과 아니냐(4개국책은행노조협의회
성명문)는 식이다.

이점은 정부도 일단 수긍을 한다. 그러나 노조가 집단이기주의의
극한까지 갔다는 점에 대해선 노조책임도 면할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누구의 책임이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한다"(오세민기획관리실장)는게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다만 "낙하산식 인사"에 대한 비난만은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으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낙하산인사에 대한 노조의 비난 역시 집단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시각때문이다. 정부관계자는 일례로 지난 91년 어느
국책은행장에 재무관료가 임명됐었을때의 해프닝을 상기시킨다. 그때
노조가 낙하산인사반대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바람에 취임식까지
연기됐었는데 그게 과연"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비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주주가 정부인이상 정부가 "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외부인은 무조건 반대라는 것도 노조의 "진입제한"이라고 못박았다.

정부투자기관개혁은 결국 노조에도 도움이 될것이라고 보는 정부의 시각과
정부의 개혁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믿는 노조의 위기감사이의 거리가
얼마만큼 줄어드느냐에 공기업개혁의 첫 고비가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