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겪고있는 경기침체의 정도는 의외로 심각하다. 이러다가 불황
의 터널을 빠져 나오기는 커녕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힘은 뭐니뭐니 해도 제조업에서 나와야 한다.
국가의 경제력은 제조업의 생산능력과 경쟁력에 다름 아니다. 공업화가
고도로 이루어진 선진국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경제력을 증강시켜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박한 개도국이 제조업 발전을 뒤로 미룬채 경제성장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상공자원부에 따르면 올상반기 제조업 성장률은 1.8%로 GNP성장률 3.8%에
크게 밑돌았고 제조업의 경제성장기여율(국민총생산증가에 대한 제조업
부문 부가가치 증가의 비율)은 15%에 머물렀다.

이는 경제성장률과 제조업성장률이 각각 마이너스를 기록한 80년이후
1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서 경기침체와 투자부진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92년의 경제성장률과 제조업성장률은 각각 4.7%, 1.4%를 기록했고
제조업의 성장기여율은 35. 1%였다. 이 수준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인데 올상반기 제조업의 성장기여율은 지난해에비해서도 절반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올들어 9월까지 수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6.4% 증가했으나 올전망치 9%를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의 수출증가율을
보인것은 지난해 제조업의 성장기여율 35.1% 덕분이라고 할수있다. 만일
지금과 같이 제조업이 활기를 잃게 되면 내년 또는 그 이후의 경제성장이나
수출은 크게 기대할수 없게 된다.

경제성장이나 성장률은 단순한 숫자풀이가 아니다. 모든 경제활동의 결과
로 나타나는게 성장률이다. 제조업의 투자는 봄에 씨앗뿌리는 일에 비유
된다. 봄에 씨앗뿌리지 않고 가을에 열매를 거둘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올상반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5.7%나 감소했다. 제조업의
위축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제조업, 특히 수출관련 제조업은 경제기반이 되는 기반산업(bare
industries)이기 때문에 이것이 흔들리면 성장은 커녕 안정마저 위협을
받는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해져 국내 제조업체가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이전하거나 제조업을 기피하는, 이른바 산업의 공동화현상이 나타난다면
우리가 부르짖는 선진경제로의 진입은 공염불이 되고 국력은 쇠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