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세계적 기업들도 어느날
갑자기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영원한 기업은 없다는 말처럼 한때 경쟁상품이 없을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던 제품도 얼마안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미 클레어먼트대 피터드러커 교수는 GM IBM 제록스사
등의 실패사례를 인용, 기업실패의 원인을 다섯가지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드러커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지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우리는 지난 몇해동안 한때 시장을 제패하던 IBM GM 시어스사등이 잇달아
몰락의 길로 접어든것을 지켜봤다. 기업들이 실패의 길로 접어든것은
대부분 예방이 가능했던 기업내부의 정책적인 판단착오에 기인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다음에 예시하는 다섯가지 실책을 주로 벗어나지 못했다.

첫째 대부분의 기업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공통적인 실책은 이윤폭에 대한
절대적인 맹신이다. 다시말해 기업들이 이윤을 많이 내는것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지난 70년대의 제록스사의 실패를 들수있다.
제록스는 세계최초로 복사기를 개발,시장을 독점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제록스는 신제품의 히트를 발판으로 잇달아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신제품마다 이윤을 많이 부과했으며 당연히 가격도 상승했다. 제록스사의
회사이익은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주가도 폭등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몰락은 시작됐다. 모든 소비자들이 고가의 신제품을
원했던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저가의 신제품을 선보였을때 제록스의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미최대 자동차메이커 GM의 실패도 이윤의 확대에만 집착한것에 따른
것이다. 1970년대 독일 폴크스바겐의 비틀스 승용차는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10%로 유지,미국시장에서도 소형차의 수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제너럴모터스등 미국의 빅3은 소형차는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소형차 생산에 적극 나서지않고 이윤폭이 큰 대형승용차 생산에 매달렸다.

그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다. 특히 70년대후반부터 80년대초에 이르는
수차례의 오일쇼크를 계기로 소형차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 자동차메이커
들은 소형승용차를 앞세운 일본에 시장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이들 사례가 보여주는것은 이윤폭에만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시장에서
경쟁자를 만들어내 결국 경쟁에서 낙오될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전체이익은 이윤폭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는것에
주안점을 둬야한다.

기업들이 저지르기 쉬운 두번째 실책은 자사제품에 대한 우수성이나
독점을 믿고 신제품의 가격을 높이 결정하는 것이다.

일반 제품뿐아니라 지적재산권을 보호받는 제품의 경우에도 가격은
적절하게 책정돼야한다.

일본이 오늘날 세계 복사기시장을 지배한것도 바로 이점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복사기를 개발했던 미국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
가격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가격을 책정,결국
경쟁국인 일본제품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일본은 미국제품이 시장에 선보인지 불과 2~3년만에 복사기가격을 최고
40%까지 내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듀퐁사는 가격정책의 성공사례로 꼽을수 있다. 세계
최대 합성섬유업체인 듀퐁은 40년대 나일론을 개발,세계시장을 10여년이상
이나 독점할 수 있었다. 적절한 가격을 유지했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개발
경쟁을 불붙이지 않았던 것이다.

세번째로 지적될수 실책은 신제품의 시장가격 결정을 비용중심으로 결정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소비자)중심으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에 받아들여질수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것에 우선적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실제 대부분의 미국 및 유럽기업들은 가격결정에 있어 비용을 합한후 이윤
을 더한뒤 결정한다. 그리고나서 제품이 시장에 도입된뒤 다시 가격인하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새로운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

기업은 쏟아넣은 비용을 건져내야하며 이윤을 거둬들여야 한다는것이
구미기업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기업입장에서는
당연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는 할수없다. 소비자들은 제조업체들이
이윤을 남길 수 있느냐에는 관심이 없다. 따라서 가격결정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들이 얼마를 지불할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소비자위주로 적절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새로운 경쟁업체의 출현을
가능한 지연시킬수 있게된다.

미국의 가전업체들이 일본 메이커들에 시장을 빼앗길수밖에 없었던것은
바로 시장중심으로 가격을 결정한 일본의 가격정책이 성공을 거두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닛산자동차와 토요타자동차가 독일산 고급승용차를 시장에서
쫓아내고 있는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실패하는 네번째 이유는 과거의 성공에만 지나치게 집착,내일의
성공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수 있는것이 IBM. IBM의 실패는 역설적이게도
지난 70년대 컴퓨터시장에서 완전 독점으로 영광을 누린데서 기인한다.

IBM은 컴퓨터시장에서 메인프레임 (대형컴퓨터)으로 독점체제를 구축하자
다운사이징화(소형화)하는 시장흐름을 애써 외면했으며 심지어 의도적으로
시장변화를 막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IBM의 과거집착적인 경영은 결국 PC(개인용컴퓨터) 중심으로
바뀌는 업계의 흐름에 뒤떨어지게 만들어 경쟁에 떨어질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실패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될수 있는것은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기회를 놓쳐 결국 해결할수 없는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즉 사소한 것이라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실기하지말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버릴것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오래된 전망없는
사업,경쟁력없는 상품,생산성없는 기술은 아쉽더라도 빨리 포기할수록
기업에 유리하다. 기회는 한번 놓치면 두번다시 오지 않는다.

기업경영에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시의적절하게 점검,유능한 참모를 동원해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유통업체인 시어스사. 시어스는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채 지난 몇년을 보내 어려움이 가중되어왔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성공사례로 꼽을수 있다. GE는 구조재편작업에
따라 과감하게 사업부문을 재편했다. 심지어 현재는 이익을 거두고
있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가장 유능한 사람들은 전망이 좋는 사업부문에 투입,장래를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힌것은 모든 사람들이 체험적으로 보아온것을 지적한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이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것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바꾸는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있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