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장인 이경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있다.
불과 며칠전 발표했던 정책을 순식간에 뒤집어 버리는가 하면 아랫사람이
결제를 받아 발표한 정책을 부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일반국민이나 기업들은 물론 기획원관리들조차 누굴 믿고 일해야 하느냐며
하소연하기 일쑤다.

지난 25일오후 이부총리와 노총위원장단의 면담에 참석하고 나온
기획원실무자들은 아연 실색한 모습이었다. 닷새전인 21일 기획원이
발표한 공기업경영쇄신방안을 정면으로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부총리는 이날 노총위원장단의 항의방문을 받고 "공기업 경영개선을
추진함에 있어 현재의 근로조건과 복지수준이 저하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해 버렸다. 부총리 자신이 사인한 문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없던일로 하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기획원관리들은 이번에 공기업 경영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자못 결연한
의지를 보였었다. 공기업노조의 반발을 우려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자기관장의 "목을 자르더라도" 연말까지는 반드시 고쳐질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김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라는 점도 곁들여
강조했다. 개혁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니만큼 용두사미로 끝나지는
않을것임을 거듭 자신했다.

그러나 25일 부총리의 번복으로 공기업경영쇄신방안은 한물간 구호에
그칠가능성이 커졌다. 개혁의 한계를 기획원,정확히 말해 이부총리
스스로가 보여준 셈이 됐다.

또 얼마전에는 삼성생명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 사건과 관련,불과
몇시간전에 금융기관의 의결권을 제한하기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한 기획원관리의 설명을 국정감사장에서 뒤집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관훈토론회에서 현대그룹에 대한 설비자금공급이 곧
풀릴것이라고 했으나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상업차관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임을 내비쳤지만 재무부는 "부총리님,별말씀을"
하는식으로 절대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식언"이 잦다보니 금융실명제로 반짝 권위가 섰던 부총리의
권위와 체통이 다시 원상복귀된듯 하다. 사람들은 어느새인가
"그 양반이 어떻게 부총리가 됐지"하고 수근거리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이부총리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과연 믿어줄지
의문이다.

<박영균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