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도쿠가와요시가쓰가 요시노부에게 니조성에서 오사카성으로
옮기는게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권했다. 교토에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격앙된 부하 군사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오사카로 가서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며 생각을 정리하는게 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의 그 권유에는 같은 도쿠가와 가문의 혈족으로서의 진정이 서려
있었고, 한편 니조성보다 월등히 거대하고 견고한 오사카성을 근거지로
삼아서 만약의 경우에는 무력으로 권토중래를 꾀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그런 뜻도 은근히 내포되어 있었다.

그의 말에서 그런 암시를 눈치챈 듯 요시노부는, "고맙소,잘 생각해
보겠소" 하면서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자를 보내고 나서 요시노부는 점심을 먹고,낮잠을 한숨 잤다. 간밤에
잠을 설쳤던 터이라,점심에 반주를 곁들였더니 대낮인데도 곧 크게 하품이
나왔던 것이다.

낮잠이었지만 한숨 잘 자고 일어나자,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뒤엉겨
뒤숭숭하기만 하던 머리속이 개운하게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앉은 요시노부는, "좋아,오사카성으로 가야겠어"
하고 불쑥 내뱉었다.

당장 지금으로서는 그길만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던
것이다. 요시가쓰의 말대로 니조성보다 월등히 거대하고 견고한
오사카성에 가서 사태를 관망하며 잘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에 어떤
방법으로든 권토중래를 꾀하는 수밖에 없다 싶었다. 납지의 이행이란 곧
멸망을 의미하는 것이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요시노부는 곧 몇몇 측근을 불렀다. 그리고 한결 밝은 표정을 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한 끝에 오사카성으로 옮겨가기로 했소. 그곳이 이 니조성보다
월등히 거대하고 견고하니,거기 가서 사태를 관망하며 생각을 가다듬어볼까
하오. 귀공들의 의견을 말해보오" "안됩니다. 큰일날 일입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오사카로 퇴각을 하시려고 합니까. 오사카성에 있었다 하더라도
이곳으로 옮겨와야 할 그런 비상시가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물러나다니
말이 됩니까. 만약 오사카로의 퇴각 명령을 내리시면 당장 이 니조성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말 겁니다. 군사들이 지금 얼마나 격앙되어
있는지 아십니까? 지체없이 조정으로 쳐들어가야 한다고 야단들인데,
퇴각이라니요"
마쓰다이라가다모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