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까지는 실시하기로 국내외에 공표해 왔던 2단계 금리자유화 조치가
11월1일 실시된다. 예상되는 개방과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4단계
자유화 방안을 만든바 있었고 그중 두번째 단계가 시행되는 것이다.
지난날 항상 계획만 세워놓고 시행하지 않았거나 혹은 못했거나 후퇴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단단히 준비하여 시행한다니 다행이 아닐수 없다.

실상 이번에 실시하려는 내용은 88년12월에 시도했다가 3개월만에 원점
으로 되돌아간 그때 그것과 크게 다를바 없다. 따라서 당연하게 제기되는
의문은 그때는 못한것을 이번에는 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는 과연 금리가 오르지 않겠는가가 관심이다. 정부는 이번에는
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듯 하다. 실제로 현재상황으로 미루어
오를 가능성이 작으며,오를 경우 정부는 강력한 창구지도로 금리를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에도 꺾기 등으로 실제 기업금리 부담이 12%~13%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표면금리가 2%~2. 5%가 오르더라도 기업의 부담금리는 13%
수준을 유지할것으로 보이므로 과히 걱정할 일은 아닌듯 싶다. 즉 당장에는
이번의 금리자유화가 성공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유화된 금리는 한두달 정도 지난후 오를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이 있어야한다. 예컨대 불가피하게 오른다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위해 조세부담을 내려준다든지 하는 대비책도 마련해
주어야 할것이다. 그러나 보다 좋은 대응은 금리가 내리도록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개방경제에서는 높은 금리와 환율변동이 매우 곤란한 문제를 야기하므로
물가를 안정시켜 금리와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물가안정은 또 성장속도
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결국은 개방경제나 자율화 정책하에서는 물가와
성장률이 높거나 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에 대하여 해외의 저리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 파이프를 대서
국내금리를 안정적으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금리통제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대금리 결정모형을 제시한다든지,과도한 인상시에는 RP규제로 시중은행의
운용자금을 흡수하겠다든지,신용평점을 과도하게 낮게 하여 자동금리를
부당하게 적용하면 창구지도로 응징하겠다든지 하는 방식은 자유화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은행이 처음맞는 환경이어서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정착되는 한두달 후에는 그런 발상은 걷어
치워야 할 것이다.

이번 조치의 특징은 시장금리 개념의 도입이다. 개별 기업의 신용도,대출
기간,업종에 따라 차등금리를 적응하기 위하여 원가율에 적정마진을 합하여
만든 기준금리에 가산한다는것 등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신용이 좀
모자라는 기업이라면 금리를 좀더 부담하더라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산금리는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신용대출을 전제로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100%담보대출임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
것이다. 따라서 신용대출을 권장한다는 의미에서도 가산금리 적용과 더불어
반드시 신용대출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중의 하나는 신용사회의 조성이다. 3단계에 단기
수신금리까지,사실상 규제되고 있는 CD까지,그리고 시장연동금리상품인
MMC등이 허용될 경우 단자사등 제2금융권에 대한 은행의 본격적인 영업
쟁탈전이 벌어지고 그동안 35%수준으로 밀려났던 은행권영역이 다시 커질
것이 확실하다.

이럴 경우 금리경쟁은 결국 영업경쟁이고 이것은 대출심사분석(appraisal)
능력으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융기관의 수익마진은 줄고 일은
고되고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들은 저 코스트의 자금을 얻어쓰기 위해서는 신용을 쌓아야 하고
공정한 공시와 정당한 평가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신용평가회사의 위상과 역할도 정립되고 신용사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인해 현행의
수신금리 체제로서도 금융권의 자금이탈이 방지되고 실명제 후유증이
해소되는 저금리시대로의 진전일 것이다. 세계적인 여건이나 통화사정으로
보아서 금리하락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본다. 그럴 경우에는 마침내 우리
한국도 선진국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양적 성장에 허덕이던 경제가 아니라 안정성장이라고 해야할 2% 평가절하,
3% 물가,4% 성장등 안정된 고도기술경제,경쟁력 있는 기술한국을 가꿀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양과 속도에 몰두해 왔다. 이제는 기술과 질과 깊이,
그리고 원리에 도전하는 그런 경제 분위기를 가꾸어 나갈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 금융도 원리원칙을 재발견하여 정부가 간섭하지 않더라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표준화된 영업시스템을
구축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그리하여 모진 개방과 경쟁의 시대를 앞두고
그동안 뒤처져 있다고 질책을 받아온 금융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하여 힘찬
선진화의 길을 밟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