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산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항상 곁에
있다. 요새처럼 가을의 화려한 옷을 뽐내다가 기나긴 인동의 시간에는
침묵하는 산. 그러나 다시 따뜻한 생명의 바람을 불러오는 곳도 역시 산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가만히 산의 사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네들 인생살이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산을 찾아 다녔다. 산에 오를 때마다 변함없이 나를
감싸안아 주는 산. 어느 새인가 산은 나의 가장 친한 벗이 되고 말았다.

내가 태평양생명에 입사하여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하나의
산가족이 된 "태평양생명 산악회". 이모임은 89년 회사 창립과 함께
결성됐다. 그러나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명맥만 유지되어 오다가 90년
새로 취임한 이석용사장께서 기업은 사람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는
조인의 경영철학을 강조하면서 새로이 태어났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스텝-3운동의 일환으로 사내의 모든 서클활동은
활성화되는 일대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때부터 많은 서클이 새롭게
뿌리를 튼튼하게 내렸고 우리 산악회도 이젠 매월 중순 어김없이 산행을
갖는 활발한 동호인활동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9월에는 올해 상반기를 마무리짓는 산행을 오봉산(강원도 춘천)에서
가졌다. 소양강을 안고 기암괴석이 마치 병풍처럼 펼쳐있는 모습이
인상깊은 곳이다.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옮기는 우리들에겐 어느덧 정담과
땀으로 새겨진 화합의 한마당이 열리고 있었다. 모두가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진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나브로 흐르는 시간속에 지나온 세월을 묻고, 세속을 묻고, 나를
묻으면서 산을 내려왔다.

청평사 뒤편으로 펼쳐지는 황혼빛에 취해 찾아든 선술집에서 우리들은
한사발의 막걸리에 더욱 취했지만 인생여정의 동반자로서 함께 어우러지는
"태평양인"의 숨결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산을 내려왔으나 내일이면 다시 산을 오르듯 해가 뜨면 다시 힘차게
돛을 올려야 하는 "태평양호"의 선원으로 살아갈 내일을 생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산이 말한다.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