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관련 협회장 5명이 전격적으로 물러나게 돼 그 배경과 후임인선의
향배를 놓고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휘몰아친 기획성 물갈이와 비리척결 차원의 "사정
경질"이 모두다 끝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시점에서 재무부 산하의
8개협회장중 무려 5명이 한날한시에 옷을 벗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앉은지 1년이상인 협회장은 물러나라"는 종용이 있었고 사퇴자의
대부분이 과거정권과 직.간접적인 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대대적인 물갈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팽배해 있다.

이들은 29일 홍재형재무장관의 초청으로 서울시내 도원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점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홍장관으로부터 "분위기쇄신 차원이다.
1년이상된 협회장은 사퇴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 금융실명제나 금리자유화와 관련된
협조당부 자리로 여길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이번 일괄사퇴에 대해 금융계에선 "정치성"해석이 강하다. 순수한
재무관료 출신이 끼여있기는 하지만 공화국을 몇차례씩 바꿔가며
"고관대작"을 거친 이른바 KT사단으로 지목되거나 구정권 실세와의 남다른
관계로 새정부출범이후 줄곧 경질설이 나돌던 인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또 이날 오찬이 이미 주초에 약속된 것이어서 적어도 장관이상선의 지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1년이상 재임자"라는 기준이 붙은것도 이같은 정치적 색깔을
희석시키기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퇴임시기를 이때로 잡은데
대해서도 해석이 구구하나 2~3개월전에 경질했을 경우 "비리인물"로
오인받을수 있어 일부러 시기를 늦추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집단사퇴를 놓고 금융계에선 새정부들어서기 이전에 취임한
시중은행장이나 국영기업체장에게까지 물갈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등
해석이 구구하다.

작년 12월8일 3년의 임기를 연임해오던 정춘택은행연합회회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한뒤 "갑작스런 통보(재무부장관으로부터)였지만 위에선
오래전부터 생각한것같고 어느정도 짐작했었다"며 "연임임기를 못채워도
명예제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비교적 담담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이날 홍장관과의 점심을 끝낸뒤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

정회장은 지난 68년 경제기획원에서 관료생활을 시작,교통부를 거쳐
재무부외환국장을 지낸후 76년 조달청차장을 끝으로 관직을 떠났다. 그후
산업은행부총재 외환은행장 은행감독원장 산업은행총재 증권감독원장등
금융기관장등을 거쳐 89년 12월9일부터 은행연합회장을 맡아왔다.
서울대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노태우전대통령과 경북고 동기라는 학연까지
겹쳐 새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스스로 사표를 내거나 물갈이 차원에서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아왔었다.

<>.은행연합회 정춘택회장과 함께 노태우전대통령과 경북고 동기동창인
정소영생보협회장도 대표적인 TK인사로 신정부출범이후 퇴진의 가능성이
점쳐져왔었다. 또 3공시절 청와대경제비서관 재무차관 농수산부장관을
역임한 이른바 "3공장관"이라는 점에서도 조만간 물러나리라는 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89년5월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부임당시 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쪽이
많았으나 4년반가까이 생보업계의 얼굴마담으로서 나름대로 기여한 몫이
적지않았다는게 업계의 평가이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도 정회장이 지연등을 앞세운 대정부로비능력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없지않아 신정부에서의 역할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업계일각에서 나오는등 "용도폐기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지난해 대선의 열기가 뜨거워질 무렵 "우리역사는 누가,어떻게
주도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 세인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는
탓인지 박봉환씨는 신정부가 들어서면 중용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돌았으나 이번 사퇴로 "자가발전"으로 그치고 말았다.
3공시절부터 대통령의 숨은 경제가정교사역할을 해왔다는 면에서도 그
역시 구시대 인물인 셈이다.

30대에 재무부 이재국장을 지내고 동력자원부장관을 거쳐 증권감독원장을
무려 7년간 역임한 전력만으로도 구시대 인물로 지목돼 왔다.

김종인 전청와대경제수석과는 처남 매부지간이라는 점에서도 그는
신정부와 가깝게 지낼수 없는 처지라는 말도 많이 나돌았다.

화려한 경력에 논리가 정연한 지식인이긴하나 자동차보험 수지악화등
손보업계가 안고 있는 현안과제를 풀어나가는데는 다소 등한히 해왔다는
불만도 업계저변에 깔려있다는게 중론이다.

<>.홍승환투금협회회장은 지난91년 금융산업개편시 단자사의 업종전환으로
업계위상이 다소 위축됐으나 업계사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단자사의
위상을 재확립하는데 기여,이번 사퇴에 대해 업계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
그러나 지난7월 단자사금리를 자유화할때라든가,실명제실시이후 일부
단자사들이 불법실명전환을 하는등의 사건이 터진데 대해 책임을 물은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표를 제출한 5개단체장중 박상은리스산업협회장은 이날
홍장관초청오찬에 불참한 유일한 인물.

지난28일 리스사사장단의 산업시찰을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
사퇴통보소식을 접하고 저녁 늦게 급히 상경했다. 지난88년 재무부
국고국장에서 보험감독원 원장을 거쳐 91년4월 리스산업협회를 맡아온 그는
임기만료 반년을 남기고 협회장직을 떠나게됐다. 박회장은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어서 "묻어서"퇴임당하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원환신용관리기금이사장은 초대경찰청장을 지낸 정통
경찰관리출신으로 지난2월 이사장으로 취임했을때부터 금융부문경력이
전혀없는 사람이라서 논란이 많았었다. 특히 전이사장이었던
홍선기현대전직할시장도 내무관료출신이어서 신용관리기금이사장자리는
청와대몫이었다는 소리가 높았었다.

<>.관심거리는 빈 자리를 누가 맡을까 하는 점. 후임자의 성향에 따라
이번 집단사퇴의 성격이 극명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

한때 생명보험협회장이 물러나고 그자리에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서석재
전의원이 온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어 일부자리엔 정치권의 인사가
오리란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부의 틀이 어느정도 잡혔고
금융계에 정치인을 보낼 경우 모양도 좋지않아 재무관료나 금융계출신이 갈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직 뚜렷한 후임인물이 부각되지는 않고 있으나 가장 관심을 끄는
은행연합회장으로는 재무차관을 지낸 이동호전충남지사와
이광수전수출입은행장 이석주.송보열전제일은행장등이 거론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무장관자신도 "후임인사는 모른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제부터는 금융관련협회장을 따로 두지 않고 회원사사장들이
돌아가며 맡는 비상근회장제가 도입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협회장들이
별권한도 없으면서 정치권의 이권이나 해결하는 창구로 이용되는 경향도
있었고 회원사를 통솔하는데도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