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할리우드의 사이코스릴러영화들이 쏟아져들어오고 있다.

"요람을 흔드는 손""원초적 본능""양들의 침묵""미저리""약점""슬리버""크
러쉬"등은 개인적 상처와 그로 인한 정신이상으로 괴이한 행동을 일삼는 불
행한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1백분간 스릴과 서스펜스로 관객을
사로잡지만 킬링타임이상의 효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이코경찰관이 나오는 영화 "무단침입"도 오락물이상의 의미는 적다.

LA근교 단독주택으로 이사온 마이클(커트 러셀)과 카렌(마들렌 스토우)부
부는 어느날 밤 도둑의 침입으로 잠을 깬다.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지만 카
렌이 칼로 위협을 당한다. 출동한 미남 경찰 피트 데이비스(레이 리오타)
의 제의로 경찰비상망과 연결된 완벽한 보안장치를 설치한다.

그러나 카렌이 혼자 있는 대낮에 보안장치점검을 이유로 피트가 드나들면
서 부부는 불안에 휩싸인다. 아내에 대한 피트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
낀 마이클은 피트에게 떠나줄 것을 요구하고 무안을 준다. 배반감을 느낀
피트는 마이클을 마약사범으로 조작해 유치장에 가두고는 카렌이 혼자 남
은 집에 "무단침입"한다.

동료를 살해하는가하면 전산망을 조작,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들고 사
생활을 침해하는 경찰을 그렸다는 이유로 이 영화는 상영에 어려움을 겪었
다. 마침 제작완료시기가 LA흑인폭동과 비슷한 시점이었고 우리나라는 6공
시대였다.

"피고인"으로 조디 포스터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주었던 조나단 카플란감독
이 연출했지만 작품의 수준은 높지않다. 주인공들의 아이덴티티가 자주 흔
들린다.

피트의 돌연한 변신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지식인으로 그려졌던 남편 마이
클의 전과사실이 밝혀지는 것도 엉뚱하다.

시종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카렌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이 영화의 특징이자
한계이다. 그 미소가 피트를 들뜨게 하고 남편을 불안하게 했다.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두려는 저급한 남성중심적 사고가 눈에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