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88)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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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으로 옮긴 도쿠가와요시노부는 교토의 니조성을 떠나올 때의
그 비통했던 심정을 훌훌 털어버리고,재빨리 지장(지장)답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사카에 도착한 이튿날,외국 공사들 중에서 자기와 가장
사이가 가깝다고 할수 있는 프랑스 공사 레온 롯슈를 성으로 초대했다.
오후였다. 접견실이 아니라,소연회실에서 요시노부는 그와 마주앉았다.
"어제 이곳으로 옮겨오셨다지요?"
롯슈가 말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예,오래간만이어서 둘이 술이나 한잔 하려고 오시라고 했지요"
"고맙습니다"
물론 통역관을 통해서 얘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시녀가 따라주는 술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처음에는 그저 서로의 건강과 일상의 평범한 얘기를 가볍게 주고받다가
술기운이 좀 돌자 요시노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교토쪽의 소식을 알고 계시나요?" "물론 알고 있지요.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그런 걸 모르고 있대서야 말이 됩니까?"
롯슈는 술잔을 기울이며 싱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요시노부는 웃지 않았다. 롯슈의 그 웃음이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듯해서 기분이 좀 언짢아 잔을 들어 벌컥벌컥 크게 두어 모금 마셨다.
그리고 물었다.
"롯슈 공사는 이번 조정의 정변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뜻밖의 일이어서
대단히 놀랐어요. 쇼군께서 대정봉환을 하셨으니,앞으로 일이 쇼군의
뜻대로 잘 되어 나갈 줄 알았는데,그런 정변이 일어나다니."
롯슈의 어조가 자기 편인 듯하자,요시노부는 언짢았던 기분이 싹
가시고,두 눈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자,쭉 한잔 하세요"
요시노부는 손수 술병을 들어 롯슈의 잔에 가득 따라주었다. 그러고나서
약간 흥분이 된 듯한 어투로 마구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였다.
"돼먹지 않은 몇몇 녀석이 있어요. 두 녀석은 사쓰마의 망나니고,한
녀석은 조정에 있던 여우 같은 놈이지요. 그 세 녀석이 음모를 꾸몄지
뭡니까. 다 되어 가는 밥에 재를 뿌리려고 말이에요. 재를 뿌리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그 밥을 몽땅 제놈들이 먹어치우려고 말입니다. 내가
지금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시면 왜 무력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지요?"
그 비통했던 심정을 훌훌 털어버리고,재빨리 지장(지장)답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사카에 도착한 이튿날,외국 공사들 중에서 자기와 가장
사이가 가깝다고 할수 있는 프랑스 공사 레온 롯슈를 성으로 초대했다.
오후였다. 접견실이 아니라,소연회실에서 요시노부는 그와 마주앉았다.
"어제 이곳으로 옮겨오셨다지요?"
롯슈가 말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예,오래간만이어서 둘이 술이나 한잔 하려고 오시라고 했지요"
"고맙습니다"
물론 통역관을 통해서 얘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시녀가 따라주는 술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처음에는 그저 서로의 건강과 일상의 평범한 얘기를 가볍게 주고받다가
술기운이 좀 돌자 요시노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교토쪽의 소식을 알고 계시나요?" "물론 알고 있지요.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그런 걸 모르고 있대서야 말이 됩니까?"
롯슈는 술잔을 기울이며 싱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요시노부는 웃지 않았다. 롯슈의 그 웃음이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듯해서 기분이 좀 언짢아 잔을 들어 벌컥벌컥 크게 두어 모금 마셨다.
그리고 물었다.
"롯슈 공사는 이번 조정의 정변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뜻밖의 일이어서
대단히 놀랐어요. 쇼군께서 대정봉환을 하셨으니,앞으로 일이 쇼군의
뜻대로 잘 되어 나갈 줄 알았는데,그런 정변이 일어나다니."
롯슈의 어조가 자기 편인 듯하자,요시노부는 언짢았던 기분이 싹
가시고,두 눈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자,쭉 한잔 하세요"
요시노부는 손수 술병을 들어 롯슈의 잔에 가득 따라주었다. 그러고나서
약간 흥분이 된 듯한 어투로 마구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였다.
"돼먹지 않은 몇몇 녀석이 있어요. 두 녀석은 사쓰마의 망나니고,한
녀석은 조정에 있던 여우 같은 놈이지요. 그 세 녀석이 음모를 꾸몄지
뭡니까. 다 되어 가는 밥에 재를 뿌리려고 말이에요. 재를 뿌리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그 밥을 몽땅 제놈들이 먹어치우려고 말입니다. 내가
지금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러시면 왜 무력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