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강경구씨(41.경원대교수)는 서울태생이다. 서울강남 반포에
살고 방배동 화실에서 작업한다.

90년대 중반 서울에 사는 한사람의 화가로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는
동시대인의 삶과 그 삶의 터전을 그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11일 서울종로구관훈동 송원화랑(732-3558)에서 갖는 다섯번째 개인전에
서울과 서울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내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될수 있으면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찾으려 합니다. 지난봄부터 인왕산
근처를 돌아보던중 그곳에서 우리네 삶의 여러가지 모습을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
출품작은 "붉은 집" "흑석동" "인왕산" "용마산" "동네" "귀로" "영천동"
"귀가" "퇴근길" "모델수업"등 20여점.

산이 있는가 하면 아파트군과 달동네 서대문교도소의 담장이 있고 누드가
있다.

먹과 채색으로 그린 한국화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도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종래에는 화면의 마티엘쪽에 신경을 썼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필력의
운용쪽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선묘 위주로 작업한 셈이지요.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
어둠이 깔린 저녁나절 아들의 손을 잡은채 허름한 아파트 어귀를 들어서는
아버지를 그려낸 "귀로"는 도시삶의 막막함과 아득함 쓸쓸함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어깨를 구부린채 엉거주춤한 상태로 걷고 있는 두 남자를 담아낸
"퇴근길"은 쫓고 쫓기는 삭막한 세상살이에 지칠대로 지친 1993년 대한민국
월급쟁이의 실상을 조용히 그러나 그 어떤 큰 목소리보다도 가슴에 와닿게
전한다.

"90년대 이땅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과 그 바탕을 이루는 것들을
형상화해보려 합니다. 물론 대상은 간추릴수 있는 만큼 간추려야겠지요.
"
강씨는 서울대미대를 거쳐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에서 공부했다.

87년부터 네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우리시대의 표정전" "예술의전당
전관개관기념전" "현대한국화-자연과 삶의 표현전"등에 참가했다.

<글 박성희.사진 강은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