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타임때도 세수수얘기만하라" 추경석국세청장이 얼마전 간부회의때 한
말이 요즘 일선세무서를 긴장시키고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세수부족분을
최소화하라는 무언의 지시인 것이다.

올 세수는 1조원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부족은 물론 꼭집어 누구의 잘못이라고 얘기할수 없다. 경기침체로
과표(기업의 이익,개인의 소득)가 줄어드는데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다.

세수부족을 산술적으로 따질 경우 내국세는 목표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게 국세청 내부의 은근한 전망이다. 그러나 세금을 거둬들이는 두
파이프중 하나인 관세부분은 1조원이상 모자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지연과 국내 소비위축으로 수입이 감소,관세와 수입품에 붙는
부가가치세가 동시에 줄어드는 것이다. 이유야 어쨋든 세금이 모자라면
내년 나라살림에 지장이 있다. 따라서 관세쪽에서 모자란 세금을 내국세
쪽에서라도 벌충해야 한다. 내국세 담당인 국세청이 바쁜 거도 그래서다.

문제는 국세청의 세금공세가 금융실명제실시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에게 또하나의 부담을 안긴다는 데 있다. 새정부출범후 찬바람 부는
사정정국으로 잔뜩 움추려들었던 기업들은 금융실명제실시로 자금압박이
심화된데이어 "세금공세"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세금전쟁.국세청과 기업들의 세금을 둘러싼 공방이 이제 연말을 두달
앞두고 막바지 피크를 보이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등 굵직
굵직한 세금들이 마무리 된 상황에서도 국세청의 세금공세는 끝날줄
모른다.

최근 국세청 세금공세의 특징은 삼불문. 어떤 세금(세목)이든지 가리지
않고,대상(세원)도 묻지않으며 세금액수(세액)또한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것.

서울 성동구에 있는 봉제업체인 K사. 이회사는 섬유제품을 만들어 전량
수출하는 업체로 그동안 몇년간의 침체를 딛고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경기를 앞두고 미국등지에서의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는 탓이다.
4년전인 89년도에 정기법인세조사를 받았던 K사는 당분간 세무조사는
잊고살줄알았다.

그런데 매출이 늘어난게 화근이었다. 매출이 늘었으니 이익도 많을 것이고
따라서 세금을 더내야하는 것 아니냐며 법인세조사를 다시하기 시작했다.
수출업체등 생산적 중소업체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유예한다는 국세청 방침
만 믿고 있던 이회사 오모사장은 "연말을 앞두고 바이어와의 상담할 시간
조차 없는 판인데 세무서조사요원들의 자료요구에 응하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며 모처럼 살아나는 수요가 다시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회사는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출이 늘어나는등
그래도 낼 세금이 있기때문이다. 성남에서 프라스틱사출공장을 경영하는
A씨는 요즘 나오는게 한숨뿐이다. 무자료 거래가 대폭 줄어들어 적자를
보지않으면 다행이겠다고 생각하던 터에 세무조사가 나온 것이다. "15년째
공장을 운영했지만 적자기업까지 세무조사를 나온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거의 들어본적도 없다"는게 A씨의 말이다.

국세청의 세금공세는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위에 올랐었다.
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려운 경제현실은 외면한채
세수부족을 이유로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실적을 올리기위해 행정편의적으로 세무조사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행정편의"란 일선 세무서별로 세금할당을
주어서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유무형의 문책을 주겠다는것.

실적경쟁은 지난 25일 마감된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때 절정을 이뤘다. 각
세무서 실무자들은 자신의 실적은 물론 주변 세무서에서 어느정도의 실적을
올렸는지 눈치를 보아야 할 정도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난달의
부도기업수가 3백87개(서울지역기준)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에게는 세금이 될만한 것이면 빠짐없이 세금공세를 펼쳐진다. 각종
계약서 작성때 붙이는 인지세도 올 가을부터 개정세법안내를 겸한 실태
조사를 벌여 1백억원 가까이 세금을 걷었다. 1천8백여개 부동산 임대 법인
들의 임대보증금에 대한 실태조사가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세금에 관한한 치외법권 지역이었던 학교 문화단체등 공익법인들도 국세청
의 서면조사를 받고 있다. 목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목재 및 가구
가격도 철저히 조사해 일부 가구업체들에서 부당이득세까지 징수해갔다"고
밝혔다. 부당이득세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이나 정부가 결정하는 물품의
가격이 기준가격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하는 것으로 지난 91년 1억여원을
과세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80년대후반부터는 징수실적이 거의 없는 세목
이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강득수세제금융과장은 "부가세 수정신고등에
세금문제로 인한 불안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부족세수를 메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것도
중요한것 아니냐"고 말한다. "국세청의 세금공세는 긴급경영자금지원등을
통한 중소기업지원이라는 정부정책에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게 강과장의
반문이다.

세금공세가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연말까지 남아있는 기간 동안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들 개인들의
재산관련세금에 대한 공세도 최대로 강화한다는게 국세청의 계획이다.

내년도 나라살림 밑천을 마련해야하는 국세청의 입장도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자칫 내년에는 세금도 못내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일부
기업들의 호소도 우리들의 귓전을 때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