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한국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개방 5개년계획을 우루
과이라운드(UR)금융서비스 협상에 그대로 약속(양허)하는 문제를 놓고
예상대로 심각한 이견을 나타냈다.

미국의 로이드벤슨 재무장관은 지시에 따라 3일 한국을 방문한 제프리
세이퍼 국제담당차관보 일행은 임창열 재무부 2차관보의와의 실무협의에
서 "UR협상타결을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아세안 남미 국가들의
금융분야 양허수준이 더욱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은 블
루프린트 중 시장접근 및 내국인대우 관련 사항을 양허해야 할 것"이라
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임차관보는 "최근 미국에서 논의중인 금융서비스 공정무역법
안(일명 리귤법안)이 UR의 기본원칙인 최혜국대우에 어긋나고 장기적으
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위치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
했다.

임차관보는 이어 "미국이 금융서비스분야에서 최혜국대우 원칙을 일탈
하지 않고 우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도 양허수준을 대폭 개선한다면 우
리나라도 좀 더 전향적인 입장에서 양허수준 개선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
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계속된 한미실무회의를 마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임차관보는 "우리 정부로서는 종전대로 어떤 경우라도 지
난 6월 발표한 블루프린트를 UR에 포괄적으로 양허할 수는 없다는 입장
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에 따라 불가피하게 양허해야 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을 양허할지는 앞으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프리 세이퍼 차관보는 이날 미공보원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정부가 제시한 단계적 금융시장 개방안에 만족하고 있으며 수
용한다"고 전제하고 "한국정부의 금융시장 개방안과 함께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고 이번 회의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