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면 선생의 소식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작품사용료를 전제로
한 양해출판을 하게 됨을 죄송스럽게 알리는 바이다"

최근 우리 출판가에서 보기 드문 양해출판의 형태로 작품집이 나와 화제가
되고있는 사라진 작가 손창섭씨(1922~?). 자유교양사는 "비오는 날"
"피해자" "신의 희작"등 손씨의 중.단편 13편을 모아 "그때 그시절
그소설"을 출간하고 양해의 변을 달았다. 손씨는 김성한 장룡학씨 등과
함께 50년대를 대표했던 작가로 지난 84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지금까지 소식이 단절된 상태이다.

평양 출생으로 49년 "연합신문"에 "얄궂은 비"를 연재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한 손씨는 53년 단편"사록기" "비오는 날"이 "문예"지에 추천돼 정식
등단했다. 이후 "혈서" "잉여인간"등 단편과 "부부" "저마다의 가슴 속에"
"인간교실" "길" "삼부녀" "봉술랑"등 장편으로 인간모멸의 주제를
형상화했다. 특히 "잉여인간"으로 대표되는 이상인격을 창조하고 인생을
야유하며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고발해 종래의 상식적인 문학관을
바꿔놓은 독특한 작가였다.

사고무친한 한국 땅에서 비사교적이고 외곬인 천성 탓에 외롭게 지내다
장편소설이 별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문학활동에 열의를 잃었었다는 것이
주위사람들의 기억.

대학시절 열렬한 손씨작품의 애독자였다는 자유교양사의 김수남대표는
"코카콜라와 맥도널드햄버거세대로 대표되는 경박한 독자군이 대중문학을
이끌고 있는 90년대 우리 상황에서 손씨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며 저작료를
다주어도 좋으니 연락만 닿을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