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대개 어떤 불안한 느낌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 현재로서는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위험과 맞부딪쳐 자기
안전이 깨질 것이라는 예견을 품고 있을 경우의 기대감정이 곧 불안감이다.

그런 점에서 불안감은 두려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두려움에는
두려움을 일으키는 위험대상이 눈앞에 존재하나 불안에는 그런것이 없다.
불안은 상상속의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서 주관적인 것이다. 두려울 때는
위험대상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거나 위험을 극복하려는 충동을 느끼지만
불안할 때는 무력감밖에 남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서 출발된 불안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고질화되고 깊어지는 경우 병이 될수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신경증 환자가 겪는 불안은 중증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정상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안,특정한 대상이나 상황과 결부되어 있지 않은
불안,실제의 대상이나 상황보다 과장된 비현실적인 불안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증세들이다.

서울대학생생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서울대 신입생과 재학생 그리고
일반직장인과의 심리 사회적 성숙성 비교연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서울대생의 30%정도가 정서불안감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집단이라도
15%정도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본다면 놀라운 일일수밖에
없다.

더윽이 서울대생들의 그러한 증상이 중고시절에 대학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려 온데다 입학한 뒤에도 공부와 장래문제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균형있는 인격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초래된 결과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이 분석이 정확한 것이라면 그것은 서울대생에 국한된
현상만 아니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이러한 증상을 예방할수 있는 길은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를
벗어나는데 있다.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주장이지만 교육정책이
전인교육위주로 전환되고 그에 따른 전인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될 때
황금기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병증의 쇠사슬을 떨쳐버릴수 있게 될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 갈 대학의 꽃들이 설상가상으로 "불안의 시대"를
살게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