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냥꾼들에게 노루란 놈은 참 잡기 힘들면서도 쉬운 짐승이었다.
노루는 겁이 무척 많은데다 귀와 코가 밝고 빠르기도 번개같아 바스락소리
에도 순식간에 십리밖으로 도망치기때문에 다가가기조차 힘든 짐승이지만,
바로 이 습성때문에 사냥꾼에게 잡히기도 한다. 크게 놀라게 하면 그 서슬
에 산을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극과 극은 대개 통하는
법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수없이 모여 온갖 지략을 다 짜내어
겨루는 주식시장도 노루와 크게 다를바 없는 것처럼 보일때가 많다. 노루
가 빠르다한들 산속을 날아다니는 비호라면 곧 잡아 포식하겠지만 그런 자
질이 없는 보통 사냥꾼이라면 길목을 지키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나의 자질이 범인지 범부인지부터 살필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