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이요?그럼 어떤 식이어야 된다는 거요? 양이에도 무슨 종류가
있나요?"
사이고가 물었다.

평소에 사적으로 만나면 오쿠보는 사이고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는
했으나,서로 반말을 쓰는 터였다. 그러나 함께 유신정부의 참여가 된
뒤로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경어를 쓰게 마련이었다. 지금 이자리는 공적인
자리라고는 할수 없으나,참여라는 신분으로 세사람이 만나 국사를
논의하는,다시 말하면 공론을 펴는 터이니,서로 경어를 쓰고 있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이제 거물이 된 것이었다.

"종류가 있다기보다도.종전에 우리가 주장했던 양이,즉 오랑캐들을
이땅에서 몰아내자는 식의 원론적인 양이는 이제 안된다는 말이죠. 이미
시대가 그렇게는 도저히 할수 없을만큼 흘러와 버렸으니까요"
오쿠보의 말이 아무래도 잘 이해가 안되는 듯 사이고는 좀 볼멘 듯한
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럼 서양 세력을 몰아내지 않는 양이도 있단 말이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길을 택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미 나라의 문을 활짝 열어준
셈인데,그것을 도로 닫을 수가 있겠어요? 도로 닫으려고 하다가는 큰
국난에 직면하게 되죠. 서양 세력들이 그냥 가만히 물러갈 턱이
없으니까요. 전쟁이 벌어져도 대판으로 벌어지는 거죠. 지금의 우리
군사력으로는 서양 여러 나라의 연합함대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건
뻔한 사실이잖아요. 그러다간 자칫하면 나라를 송두리째 서양인들에게
빼앗기고마는 그런 결과가 올지도 몰라요" "그러면 오쿠보공은 어떻게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양이라는 거요?" "소양이가 아닌,대양이의 길로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양이에도 무슨 작은게 있고,큰게 있다는 건가요?"
사이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코언저리에 비시시 냉소 같은 것을 떠올렸다.

"소양이란 종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원론적인 양이를 말하는 것이고,
내가 생가하는 대양이란."
오쿠보는 자기가 소신처럼 지니게 된,부국강병(부국강병)연후에 서양
제압이라는 논리의 대양이에 대해서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우선은
부국강병을 위해서 웃으며 서양 세력에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오. 그러나 그건 양이가 아니라,화이(화이)일
뿐이오"
사이고는 여전히 냉소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