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배는 운전기사다.

무역업으로 큰 돈을 번 유사장의 차를 끌었다. 거기다 덕배 아내는
유사장집 가정부였다. 부부는 유사장의 호화주택 지하방에서 살림을 하고
있었다. 사장집에 살다보니 생활비는 절약됐으나 사생활이란게 없었다.
툭하면 사장의 호출이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러나 덕배는 유사장을 모시고 오전에 백화점을 다녀와야했다.

집에 들어와서 차를 주차장에 집어 넣고 막 나오려니까 유사장이 그를
불렀다.

"자네 가서 복권한장 사오게"
이런것까지 심부름해야 되나,덕배는 입이 댓발은 튀어 나왔다. 속으로
투덜대면서 대로까지 걸어가서는 복권 두장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한장은
사장에게 주고 다른 한장은 자기가 맞춰볼 참이었다.

"방금전에 사장님은 전화받고 급히 밖에 나가셨어요"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안방에다 이걸 갔다 놓고와요"
덕배가 주머니에서 복권을 꺼냈다.

그런데 둘중에서 사장에게 줄 복권을 고르려니까 망설여졌다. 사람
심리가 남한테 가는 복권이 꼭 당첨될것만 같았다. 덕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아무거나 한장을 골라 아내에게 주었다. 그전에 자기 복권에
상대방 복권 번호를 기재했다. 상대방 복권은 981624번이었다.

잠시뒤 TV를 켜니까 복권추첨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덕배는 이제껏 복권을 수없이 사보았지만 겨우 천원짜리 몇번 맞아본게
전부였다. TV에서는 진행자가 나와 5백원부터 추첨을 하기 시작하더니 곧
천만원쪽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여기에서 땅을 칠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복권번호 981624가 천만원짜리에 당첨된 것이다.

"부자한테는 복권까지 행운이 따르는군. 이럴줄 알았으면 그 복권을 내가
갖는건데."
덕배는 분통을 터뜨리며 TV를 내동이쳐 버렸다. 아내가 덕배를 막지
않았다면 다른 살림도구도 여럿 부서졌을 것이다.

"여보 방법이 있어요. 참으세요. 사장님은 아직 안돌아 오셨어요. 지금
사장님 안방에 가서 복권을 바꿔오면 사장님이 어떻게 알겠어요"
역시 머리는 여자가 빨리 돌아가는가보다.

"허긴."
덕배는 복권을 가지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사장집 안방으로 올라갔다.
금방 사장이 돌아올것만 같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서는 땀이 다
배어났다. 재빨리 복권을 바꿔치기 했다. 그리고는 다시 방을 나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 날뻔했다. 그가 거실을 막나오자 외출했던 사장이
돌아왔던 것이다.

다음날 덕배는 복권을 들고 은행에 가 천만원을 탔다. 집에 돌아와서는
사장에게 사표를 냈다. 천만원에다 그동안 저축해둔 돈을 합쳐 독립할
생각이었다. 이제 남의 차를 끄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사장은 처음에는 퍽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마디했다. 그말을 듣고 덕배는 그만 입을 크게 벌리고 할말을 잊고야
말았다. 뭐라고 했을까.

[[[ 답 ]]]

그래도 자네는 복덩어리였는데.나를 떠난다니 아쉽구만. 어제 자네가
사온 복권이 1억원짜리에 당첨됐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