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업체 아그네스가 최근 직접 생산에서 손을 떼고 판매회사로 변신
했다.
중소신발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자체브랜드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온 아
그네스는 이달초 부산 범동의 본사와 공장을 금사동으로 이전하면서 자
체생산 시설을 완전 분리시켜 직접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 5월 2개의 생
산라인을 1개로 줄인데 이어 남은 생산설비를 아예 분리독립시킴으로써
마키팅 위주로 사업재편에 나선 것이다.
부산지역 신발업체의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취해진 이번 조치
는 중소신발업체가 독자적인 판매회사로 나선 예가 없어 관심을 끈다.
현재 부산신발업체중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브랜드사업으로 성공한 경
우는 대기업인 (주)화승과 국제상사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이들도 내수에
만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
산)에만 매달려 있는 것과 달리 아그네스는 판매회사로 변신을 꾀하며
적극적인 마키팅으로 신발업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
목된다.
한편 아그네스가 생산설비를 정리하면서 일종의 소사장제형태를 취한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방식은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생산, 판매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제조를 포기하면서도 유기적인 협력체제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품목별로 세분한 설비를 일부
는 기존 하청공장에 넘기고 나머지는 그동안 생산관리를 담당해온 직원
에게 인수시켜 독립시켰다. 또한 본사와 주요 하청공장을 통합이전시켜
운영체계를 재정비했다.
지난 91년부터 자체상표인 "아그네스"로 수출에 나서 지난해 독자브랜
드로만 4백2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아그네스는 최근 무역부서를
대폭 강화하며 내년 수출 1천만달러를 목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