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국제회의 참석차 호주에 갔을때의 일이다. 당시 호주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었다. 개회전날밤 11개국에서 온 1백여명의 대표를
위한 환영 리셉션이 열렸다. 그곳에는 다양한 술과 성찬대신 놀랍게도
오직 맥주 수십병과 샐러리,당근 서너접시에 값싼 비스켓 수십개가
전부였다.

호기심 많은 일행 한분이 비용을 추산했더니 아무리 넉넉잡아도 50만원
이하였다고 한다. 국제회의 리셉션치고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최염가판
이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조촐한 동창회나 세미나도 아마 이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나마도 스폰서가 나서지 않아
마지막 순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최근에 일본과 미국 서부지방을 다녀왔다. 듣던대로 거기에는 불황의
얼굴이 곳곳에 있었다. 주마간산격이긴 하지만 그곳 사람들고 기업들의
씀새와 거리나 백화점의 모습에서 불황임을 체감할수 있었다. 경제의
매크로 숫자 움직임과 실상이 일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불황을 걱정하고 중소기업의 부도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여러모로 부심하고있다.

그러나 백화점의 매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승용차는 몇달을 기다려야
입수할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있다. 또 연말이 꽤 남았음에도
특급호텔 예약이 끝났는가 하면 고급 유흥가가 다시 흥청거린다는 보도도
들린다. 여기서는 불황의 얼굴을 볼수가 없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 오늘
쓰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되어서인지 아니면 경기와 무관한 졸부가
많아서인지 이해할수 없는 현상들이다.

국민저축의 중대에 따른 투자증대가 아니고서는 경제발전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것은 철칙이다. 우리나라의 지난날 고도성장은 근검절약의
바탕위에서 가능했다고 여러 사람이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미풍이 시들고
소비지향적 풍조가 일어난다면 심상치 않은 일이다. 성장잠재력을
높여주는 설비투자는 저조한 반면 이렇듯 일부나마 소비경기가 상승하는
일견 상반되는 현상은 사실상 근검절약이란 미풍의 와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단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