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결정날 것같던 은행연합회장선임이 의외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춘택전회장이 물러난지 열흘이상 지나는 동안 은행권별로 의견을
모으다가 11일 시중은행장은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특수은행장은
퍼시픽호텔에서 만나 후임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시중은행장회동에는 서울에 본점을 둔 12개은행장이 참석했는데
논의결과 이석주전한일.제일은행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전행장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과정에서 "투표"까지 하는 해프닝을
벌였다는 후문.

시중은행장들은 이전행장, 조흥은행장을 지낸 김영석조흥증권회장,
제일은행장을 역임한 송보열제일시티리스회장및 이광수전수출입은행장등
4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를 벌였다. 회의초장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않아
시중은행간사인 윤순정한일은행장이 "언론에 거론되는 사람이
이들4명이다"고 얘기를 꺼내 논의의 실마리를 풀어갔다고.

정작 4명이 후보군으로 등장했으나 누구를 천거해야할 지를 놓고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누군가가 투표를 하자고 제안,결국 종이쪽지를 나눠주어
이례적으로 투표를 벌였다는 것. 투표결과 이석주전행장이 참석
인원12명의 과반수를 넘는 표를 얻어 시중은행장이 추천하는
연합회장후보가 됐다. 나머지 세사람은 1~2표씩 얻었다.

시중은행장들은 투표사실이 외부로 누설될 경우 모양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투표사실은 "숨기기"로 했다. 나응찬신한은행장은 투표사실을
함구키로한 약속을 의식한듯 "서로 의견이 일치됐을 뿐 투표까지는 가지
않았다. 절대 안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같은 시각 9개특수은행장들은 서울퍼시픽호텔에서 만나 시중은행장들과
별도로 후임논의를 했는데 간사인 이형구산업은행총재에게 일임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상철전국민은행장과 중소기업은행장을 지낸
안승철국민은행이사장을 준후보로 놓고 얘기를 나누다가 이전행장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연합회장후임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은행장들은 시중은행장들이 후보로 정한 이석주전행장을 구시대
인물이라는 이유로 달갑게 생각지 않고 있어 최종적으로는
35개연합회회원총회에서 투표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도 있다.

한시중은행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중은행과 특수은행간에 의견접근이
이뤄지겠지만 현재로선 서로간의 거리가 멀다"며 예상외의 진통이
거듭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