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얼마만큼 물건이 필요할까. 그것은 문명의 발달이나
사회환경에 따라 각각 다를 것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보통
속인으로서는 항상 주관적으로 물질적인 부족속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의 욕망이야말로
문명이 발달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 욕망 때문에 항상 마음이 편치 못하고 잘못하면
패가망신하게 된다. 그래서 속인으로서는 출가하여 세상을 버린 스님이나
성직자를 존경하게 되지만 그들도 사람인 이상 번뇌가 있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그들 개인의 수도생활의 높고 낮음이 갈리게 된다.

조계종 성철종정의 유품이 공개되었을때 우리 속인으로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평생 입었던 누더기 한벌,30여년된 석장(지팡이)과 20여년된
대나무 삿갓,평소 즐겨 신던 검정고무신 한켤레,그리고 겨울에 신는 덧버선
한켤레와 양말등이었고 그밖에는 작은 책상위에 옛 편지지에 쓴 육필원고와
노트한권,몽당색연필 한자루및 볼펜 두자루만 놓여있었다. 물론
성철스님이라 할지라도 삶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밖의 것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개인소유물은 이것뿐이었다니 무욕의 경지에
감복할 뿐이다.

성철큰스님이 입적한후 일반세인의 관심은 성철스님의 법구에서 사리가
몇과나 나올 것인가에 쏠렸었다. 사리란 원래 부처나 성자의 유골을
의미했었으나 그내용이 변해서 스님의 시신을 화장한 유골에서 추려낸
구슬모양의 작은 결정체를 가리키게 되었다. 사리의 정체는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아서 의학계에서는 결석이나 담석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
불자들은 법력이 육체안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믿고 있어 법력이 크면
사리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게 된 모양이다.

성철큰스님의 사리가 100과를 넘을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성철스님은
사리의 다과와 관계없이 그의 삶 자체가 큰스님이었음을 말해주고있다.
그런데도 사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우리국민이
성.속간에 그동안 지도자에게 하도 속아왔으므로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성철스님의 사리가 많았다는 사실이 우리의 불신풍조에
하나의 경종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