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귀신은 물밥천신도 못한다"라는 옛말이 있다. 조급히 서두르는
사람에게 여유를 갖고 신중히 행동하라는 뜻으로 자주 쓰는 말이다.
유불문화에 젖은 우리 선조들은 모든 일에 점잖고 여유있고 신중한 것을 큰
덕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말과 행동은 물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도 조급하거나 경솔하지 않고
더없이 신중하고 여유로웠던 흔적들을 우리는 각종 유물에서 엿볼수가
있다.

그런데 요즈음의 우리는 어떤가. 오늘날 우리 국민은 세계적으로
으뜸가는 조급증 환자가 되었다. 외국을 여행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쉽게 들을수 있다. 파리등 유럽의 교통중심지 공항에서 한국인을 가리켜
그곳사람들은 "빨리 빨리"라는 별명으로 자기들끼리 통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기막히고 어이없는 노릇인가.

지난 세기동안 갖은 수난과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들이기에 짧은
세월 국가재건과 산업사회로의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난 어쩔수 없는 부산물
쯤으로 이해할수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과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선진국을 지향하는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계속 관대해야 될 것인지 자문해
보고 싶다.

조급함과 맹목적인 서두름은 부지런하고 민첩하고 목적이 뚜렷한
서두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되고
모든 사회질서를 어지럽게 함은 물론 개인의 인격과 품위를 손상케하고
신뢰성을 상실하게 한다.

구구히 예를 들 필요도 없지만 교통사고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스런
통계는 그 원인의 태반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국민 개개인은 물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질서를 존중하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하겠다. 악성 한국병인 이 조급증이
어쩌면 우리의 장래에 큰 실패를 안겨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