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잉생산된 김장배추 45만8,000, 1억5,300만포기를 사들여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그와같은 조치의 잘잘못을 떠나서 한국농정
의 당면과제와 장래에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농산물은 본래 공산품과 달라 자연조건,해거리현상,상대적으로 정확을
기하기 어려운 수요예측등의 요인으로 수급불균형을 빚을 위험이 높다.
그래서 정부는 사전적으로 재배면적을 조절하거나 사후적으로는 이번처럼
수매하든지 해서 수급량을 조절한다. 수급량조절은 가격안정과 농민의 소득
보장등 두가지에 목적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쟁점이 되곤하는 추곡수매
도 결국 같은 취지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따라서 배추값 안정과 재배농가에 최소한의 소득확보를 위해 일정량을
매수, 폐기처분하는 행위자체는 탓할게 없다. 문제는 그렇게 엄청난 물량
을,그것도 정부가 개입해서 폐기처분하는 것이 우리 농정사상 처음있는
일로서 충격적이며 장래에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되데 있다.

농림수산부 설명으로는 올해 김장배추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6.5%가 많아
수요를 40%,65만3,000 초과한다는데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45만 이상을
폐기처분한다해도 20만 ,6,700만포기가 남아돌아 제값받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런 사태가 생긴 책임은 1차적으로 필요이상 과다하게 심은 농민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전근대적인 농정에 책임이 있다.

정부는 전국 규모의 수급량을 예측하고 농민에게 올바른 정보와 농사지도
를 통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조절할 책임이 있다. 그게 농정의 주요임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 농정은 예나 지금이나 주먹구구식
으로 정평이 나있다. 통계는 믿을수가 없고 정책은 오락가락하여 정부가
권하는 작목을 심으면 망한다는게 상식처럼 돼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보니 영농지도가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이번과 같은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한다. 그러자면 정부스스로가
좀더 선진화되고 과학적인 농정을 펴야한다. 농민들로 하여금 정부를 믿고
따르게 해야한하며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농민의 과학영농이 가능케 해야
한다. 농사정보를 최대한 적기에 제공함으로써 농민이 예측가능하고 합리적
인 결정을 내릴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마늘과 양파가 모자라 물가대책차원에서 수입하는 한편으로 배추를 대량
으로 폐기처분하는것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는게 신농정의 또다른 과제
이다.